인간 없는 세상 ㅣ 앨런 와이즈먼 ㅣ 이한중 ㅣ 알에이치코리아
질문에 이미 오류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져본다.
"과연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문명을 이룩한 뒤 종교와 과학의 힘을 빌어 오늘날까지 그 역사를 지속해온 인간이란 존재. 다른 생물에 비해 소유욕 강하고 자연을 해치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 인간... 더욱이 지난 백여년간 그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지구를 못살게 하는 우리 인간의 현 시점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의 주인인냥 마구잡이로 자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우리 인간이 하루아침에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전제를 바탕으로 작가는 그야말로 꼼꼼하고 세밀한 조사와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려준다. 무엇보다 지구의 주인이 절대 인간이 아니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지구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인간이 만들어놓은 무수히 많은 잔여물들이 인간이 사라진 이후 어떻게 지구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무서울 만큼 현실적으로 예측한다. 500년이 지나면 썩는다는 플라스틱이 앞으로 정말 500년 후에 썩는지 그 해답이 책에 담겨져 있다.
어디 플라스틱 뿐일까. 의도적인 난방 시설이 사라지면서 불과 2~3년 뒤 바퀴벌레가 멸종된다는 이야기도 사뭇 놀랍다. 도처에 만들어진 핵시설, 유리, 플라스틱, 각종 인위적인 시설들이 인간이 사라진 뒤 자연과 어떻게 어우러지고 또 얼마나 긴 시간동안 우리의 흔적으로 남게 되는지도 설명한다.
얼마전에 읽은 <최재천의 곤충사회> 본문에서 소개하여 읽게 된 <인간 없는 세상>은 곤충들 이야기만큼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가 정말 많은 책이다.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는 인간이 사라진 뒤 2일부터 시작하여 50억년이 지난 영원이란 시간까지 그 풍경을 과학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훗날 그 다음의 문명이 오늘날의 문명을 어쩌면 청동기 시대라고 부를지 모른다는 재미있는 추측도 선사한다. 지금 우리가 과거의 시대를 그렇게 표현하듯...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6.25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DMZ 지대에 대한 꼭지도 흥미롭다. 넌지시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또 앞으로 저자의 예측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부분이다. 플라스틱, 석유, 방사능, 불가사의 건축물, 바다라는 공간,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까지... 작가는 단순히 연대기에 의존한 서술이 아닌 주요한 분야들을 토대로 충분히 이해되고 수긍할 만큼의 묵직한 분량으로 설명을 펼친다. 그런 연유로 19개의 소주제는 각각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담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서의 성격부터, 각종 소재와 재료를 다루는 자연과학, 그리고 현재까지 기록된 역사를 토대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아내는 역사책의 의미까지 한번에 보여준다. 따라서 같은 소재도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하여 결국은 모든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나도 가족도 우리 모두도...
이후 지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질문에 해답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감히 자신하건데, 한번 읽고 나면 바로 다시 읽고 싶어진다에 500원 걸어본다.
<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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