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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May 07. 2024

[독서일기]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ㅣ 유지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40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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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도 경리단길도 가본적 없다. 관심도 없거니와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종로와 홍대를 작은방 드나들듯 다니던 20대를 떠올려보면 결국 나도 나이가 든,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팝업스토어 또한 구경조차 못해봤다. 아주 가끔 궁금한 적이 있었으나 시간 내서 갈 만큼의 매력을 못 느꼈다. 그런 여러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은 바로 이 책에서 비로소 해소된다.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이란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저자는 15명의 멋진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는다. 그들의 서사를 이야기한 전반부에 이어 짧지만 내용이 구체적인 인터뷰로 이어지는 후반부까지 그 흐름이 몹시 드라마틱 하다. 익숙한 콘텐츠도 그리고 몹시 낯선 콘텐츠도 번갈아가며 자주 등장한다. 어쩌면 여기서 더 시간이 흐르면 익숙함보단 낯선 콘텐츠가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절대 유행에 민감하거나 유행을 따르는 성격이 아니지만, 곧 이러한 다양성을 신난 얼굴로 즐길 두 아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조금씩은 틈틈이 배워둬야 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가 서울이란 공간에 국한된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그만큼 서울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문화 예술 분야로는 서울이 '거의 다'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은 서울에서도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일부 지역에 존재한다. 부익부 빈익빈을 뛰어넘어 매우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 모든 것들이 펼쳐지는 현실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독자로서 소감을 먼저 밝혀 본다. 책 속에 담긴 콘텐츠 중 일부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싫은 것도 있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장이라도 아내를 설득해 비슷한 느낌의 숍을 차리고 싶은 것도 있다. 이처럼 선을 딱 그어 보는 것은 이러한 다양성이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매력적인 가치가 되어 발전할지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다. 첫인상이 맘에 안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첫인상과는 별개로 너무 좋은 관계가 되었던 그간의 경험이 나를 그렇게 믿게 한다. 



그런 면에서 싫은 것 하나. 


팝업스토어의 존재는 흡사 SNS의 결과 그 의미를 나란히 한다. 오래되어 낡고 익숙한 콘텐츠가 아닌 팝업스토어의 형태를 빌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만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사라지는 그것은 SNS를 채우는 많은 소재들 중에서 단연 압도적으로 매혹적이다. 정해진 시간에 그곳을 찾은 이들은 그런 이유로 SNS에 경쟁하듯 방문기를 올린다. 질투와 시기, 비교라는 노골적인 단어로 SNS를 폄하할 순 없겠다. 그러나, 유독 팝업스토어라는 소재에 대한 높은 반응과 인기는 대리만족을 채워주는 새로운 형태의 감정이입이 되고 있다. 



반대로 좋은 것 하나, 아니 둘 


오래된 중고 기기를 파는 레몬 서울, 보자기를 만드는 호호당은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중고'라는 정서에 담긴 그 특유의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사용한 것, 그리고 더 이상 그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아 내게 전달돼 온 것. 시간과 취향 그리고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변형되고 재창조된 서사가 담긴 가치는 절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독보적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쁜 보자기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가끔 떠올려본 적이 있는데 역시나 그 일을 먼저 한 사람도 있다. 더욱이 그는 사극의상을 만드는 부모님 직업에 영향을 받아 보자기를 대표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많은 고민을 할애했다. 무언가를 담거나 가리거나 보관하기도 하면서 급할 땐 옷과 소품으로서의 역할도 얼마든지 해내는 보자기. 아기를 등에 업는 포대기와 농사지을 때 유용한 호미처럼 그 미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뭐 이미 그 무궁무진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각각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주관과 가치관이 물밀듯이 넘치고 흐르고 부딪치고 부서져 그 결과로 다양한 콘텐츠와 의미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중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전혀 달라서 매력을 느끼는 누군가와는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다. 


숨 쉬고 웃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일상과 인생의 흐름에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취향의 다양성에 실패 없을 이정표를 제공할 메뉴가 되어줄 것이다. 

이미 알고 있다면 뿌듯해해도 좋고, 모르고 있었다면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한 리스트가 되어줄 것이다. 

만족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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