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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May 16. 2024

오토라는 남자 :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60180

<오토라는 남자>는 '오베라는 남자'의 원작 소설의 영화 버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래서 어쩌면 새로울 것 하나 없이 기대할 만한 구석이 없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가 스웨덴 제작으로 유럽의 감성을 녹였다면, <오토라는 남자>는 할리우드 작품, 그것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톰 행크스가 나온다는 부분이 유일한 차별점이 아닐까도 싶다. 


아내를 잃고 다니던 회사에서 스스로 퇴사를 선언한 괴팍한 늙은이 오토의 그해 겨울은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모든 것이 서툰 남편과 수다스럽지만 요리 솜씨만큼은 끝내주는 이제 갓 이사 온 맞은편 집 부부를 시작으로 트랜스젠더 고교생, 대판 싸우고 오랜 기간 서로 삐쳐있는 동년배 이웃, 다짜고짜 집사로 임명해버린 길고양이까지... 이 모든 일들은 오토의 계획을 삽시간에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오토는 정직한 사람이다. 규칙을 따르고 규칙을 지키면 모든 것들이 편안해지리라 생각하는 순정파다.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 선물처럼 받게 된 25센트 동전을 평생 지니는 것도 그런 순수함에서 비롯된다. 그에게 종교는 아내와 그 동전이다. 


원하지 않은 관계 맺기에 불편해하며 내심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한 박자 쉬어간 뒤 금방 순응하는 태도를 보인다. 오랜 세월 몸에 익힌 그만이 할 수 있는 능력과 삶의 지혜는 대단한 형태로 포장되지 않아도 충분히 값지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규칙이 뒤틀린 회사를 스스로 뛰쳐나온 불만감이 일상에서 재점화된다. 하지만 폭발할 만큼의 파괴성을 지니지 못한 감정의 앙금은 조용히 삶을 마감하기 위한 준비로 이어진다. 


몇 번의 자살시도가 매번 실패로 그치는 것은 인생이란 결국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만 같다. 더욱이  매 순간 그를 구하는 이는 셋째 아이를 뱃속에 품은 임산부, 그리고 트랜스젠더 고등학생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새로운 생명이자 미래가 끝없이 펼쳐질 젊음은 그 순간 플래시백으로 볼 수 있는 오토의 과거와 너무나도 닮았다. 


엉겁결에 맞이한 네 번째 자살시도에서 그를 구해준 이는 일면식 전혀 없는 시민이다. 그만큼 우리는 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어떤 가치를 주거나 받지 않더라도 신뢰와 상식 그리고 믿음을 바탕에 두고 공존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세상은 누구나 혼자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모르고 지낸다 한들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다. 


영화의 만듦새는 굉장히 세련되어 있다. 수수한 자연을 담은 어느 한 장면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으나, 그곳은 결국 거대한 백화점의 쇼윈도 공간이다. 연기력만큼은 인정하는 톰 행크스마저도 진열대 안 마네킹 같은 느낌이 든다. 전개는 익숙하고 갈등이 일어난 상처와 봉합의 흐름 역시 평이하다.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바라지는 않지만, 오토가 달갑지 않게 여겼던 유튜브의 도움으로 공동 주택단지를 지키게 되는 처방은 맥이 빠진다. 


인생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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