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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잭 슈렉 May 29. 2024

[독서일기] 한국 요약 금지 ㅣ 콜린 마샬 ㅣ 어크로스

굳이 우리 이야기를 환기시키는 과정에서 주관적이니 객관적이니 하는 시점의 기준은 엄밀히 말하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은 그 어떤 요령을 떠나서도 절대 객관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표, 통계, 숫자들이 난무하는 도표 정도만이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묘사를 할 수는 있으나, 그 안에도 다양한 군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절대 요약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10년을 살아온 칼럼니스트가 한국을 정리했다. 오죽하면 제목부터가 '요약 금지'란다. 너무 익숙해서 페이지가 쉽게 넘겨지지만 그 안에 실린 주제와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속단이나 단언은 일절 삼가는 화법은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우리가 살아온 현대사의 굴곡에서 만들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과 안타까운 사고들, 그리고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결국 일어나버린 무수히 많은 유행들은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 '한국'을 이야기하는 퍼즐 조각들이 돼버리고 만다.



K팝, 맘충, 봉준호의 <기생충>,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 콩글리쉬, 한국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이 갖고 있는 다채로운 면면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만이 보유하고 있는 상식과 취향이 한국을 어우르는 여러 키워드에 접목될 때 보이는 시너지(책속에 등장하는 콩글리쉬 중 하나다)는 읽는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중에서도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43가지 이유'라는 꼭지에서는 그야말로 서울의 장점과 단점인 듯 보이나 장점처럼 느껴질 만한 소소한 것들을 늘어놓는다. 많은 부분 나 또한 동의하지만 그중 가장 강력하게 동의하는 것은 바로 '떡튀순'이다. 숭배하라 떡볶이여!


무엇보다도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깃들여있는 '좋은 성질'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서양 국가들에 비해 한없이 안전하고 쫀쫀한 정으로 이뤄진 감정선, 그리고 나라가 거듭 위기에 빠지고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거짓말처럼 다시 일어나는 시민 정신을 그는 거론한다. 때문에 이 책은 어쩌면 단순히 우리의 일상을 묘사한 이방인의 여행기로도 보이지만, 나아가서는 한국을 설명하고 오늘날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희망과 비전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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