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장 넘기기가 정말 즐거운 책이 있다. 즐겁진 않지만 쉬운 책도 있다. 쉬우면 좋겠으나 몹시 어려운 책도 있다. 무엇보다 너머는 가는데 도대체가 이해 하나 되지 않는 책도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야말로 즐겁다. 세 번째도 다른 형태의 재미가 가끔 느껴진다. 하지만 마지막 설명의 책은 그야말로 읽는 내내 곤욕일 수밖에 없다. 읽는 이의 교양과 상식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겸허히 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정독하는 것을 나름의 고집으로 삼고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또 읽는다.
이 책의 부제는 '죽음의 체제에 맞서는 새로운 저항들의 의미'다. 제목을 읽기 전에 부제를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고 역시나 읽는 내내 한 장을 넘기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철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독일인 작가가 운전대를 잡은 브레이크 없는 초고속 열차에 나 혼자 탑승한 기분이 들었다. 가끔 고개가 끄덕이는 부분에선 환호를 질렀으나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명확한 소주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근거에 있다.
총 9장으로 나열된 이슈는 중앙에 혁명을 축으로 삼아 좌우로 재산, 물건, 노동, 생명을 거울에 비추듯 설명한다.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자의식과 더불어 페미니즘 등 어디까지 뻗어갈지 갈피를 잡기 힘들 만큼 세밀하게 확장한다. 그리고 그 확장성은 책의 제목에도 언급하는 '혁명'정신에 기인하여 명확한 목표점을 갖고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