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한 워킹맘의 생존기
"그럼 이어서 유나은 과장님께서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심장이 뛰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마이크 꼭 잡고, 입을 뗐다.
"아.. 안녕하세요. 마케팅팀 유나은 과장입니다..."
나는 후배들의 발표에 피드백을 주며 이렇게 농담하곤 했었다. "자신 있게 해 버려, 그냥. 자꾸 염소 소리 좀 내지 말고." "하하하"
젠장. 이 날은 내가 바로 그 염소였다.
멀리서 작게 둘셋쯤 키득대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쿵'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부여잡아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신제품 론칭 캠페인의 핵심 컨셉은..."
겨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얼굴이 뿌옇게 멀어져 보였다. 시야가 점점 더 번져 흐려졌다. 숨이 폐에 닿지 않는 기분이었다. 코 앞에서만 숨이 간질간질하더니 바닥이 빠르게 가까워져 왔다.
"유나은 씨? 유나은 씨!"
하얀 천장. 형광등. 응급실.
"과로로 인한 탈수와 영양실조 증세예요."
'현대인에게 영양실조라니...'
수액부터 수액줄을 따라 내 팔에 이르기까지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던 나는 헛웃음이 났다.
'퇴사하겠습니다.'
마이크 잡고 이렇게나 말해버릴걸.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차라리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6개월. 낯선 마케팅팀, 팀장이 된 입사 동기, 그리고 AI로 본업도 부업도 다 잘하고 싶었던 욕심. 매일 같이 새벽 4시에는 부업 관련 정보를 찾아 헤매던 나를 알람으로 깨웠고, 밤 12시까지 본업에서 뒤처진 나를 재우지 않았다.
그러다 쓰러지든 잠들곤 하는 게 일상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회사부터 때려치우자."
본업도 제대로 안 되고, 부업에서는 제대로 된 수익도 안 나고, 몸은 이 꼴이 되고.
주택담보대출? 양육비?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싶다.
'퇴사하겠습니다.'
이 말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른 들판에서 한들한들 춤을 추듯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현실은 발표하다 쓰러져 응급실에나 실려온 무능력한 과장 나부랭이였다. 수액 다 맞을 때까지 영상이나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켰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망할 알고리즘.
'AI로 3억 계약 성사시킨 신입사원의 비밀'
'일머리 없던 내가 AI로 팀에서 에이스 된 방법'
'챗GPT 하나로 달라진 업무 루틴'
퇴사가 아니라, AI로 본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떴다.
그간 그렇게 찾아보던 부업, N잡도 아닌, 그냥 자기 일을 AI로 잘하게 됐다는 이야기.
갑자기 뱃속 깊이서부터 불덩이 같은 게 치미는 기분이었다.
"내 주제에 무슨 부업이야. 그냥 내 일이나 제대로 해야 하는 거였을까?"
남편이 부업 꿈꾸지 말고 본업이나 열심히 하라고 할 때는 길이길이 날뛰며 화냈었는데... 그날 응급실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복수심이었을까, 자존심이었을까.
아. 무. 튼.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아니 일어나야만 했다.
차도희 팀장한테, 나를 육아휴직 다녀온 과장으로만 보는 동료들한테,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한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달라졌다.
부업 강의도, 다이어트 공부도, 재테크 유튜브도 다 껐다.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내 업무에서나 AI 제대로 써보자.
회의록 정리
회의록 정리부터 시작했다. 녹음 파일을 클로바노트에 돌리고, 그걸 다시 챗GPT에게 던졌다. "핵심만 5줄로 요약해 줘." 그랬더니 30분 걸리던 일이 3분으로 줄었다.
자료 조사
경쟁사 분석도 달라졌다. 같은 프롬프트로 제미나이, 젠스파크, 퍼플렉시티한테 물어보고, 결과물을 노트북LM에 다 넣었다. 그 후 질문해서 핵심내용 정리한 다음에 챗GPT로 재정리했다. 일주일 걸리던 자료 조사가 하루 만에 끝났다.
보고서 작성
보고서는 아예 클로드한테 초안을 맡겼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원 보고용 초안 써줘. 결론부터 시작하고, 근거는 세 가지로." 그러다 보니 나만의 템플릿이 생겼다.
발표자료
발표 자료? 감마한테 개요만 던져주면 10분 만에 초안이 나왔다. 이미지는 나노바나나로 뽑았다. 디자인 외주 주지 않고도 차도희가 인정하는 퀄리티가 나왔다.
과거 일주일 걸리던 일을 하루 만에 끝냈다. 밤을 새우지 않아도 됐다.
차도희 팀장이 처음으로 말했다.
"나은 씨, 요즘... 달라졌어요."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쓰는 법을 미친 듯이 파다 보니,
그냥 삶 전반에서 자연스럽게 AI를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AI를 활용해 부업이고, N잡이고 찾아 헤맬 땐 안되더니... 썩을
다이어트? 챗GPT한테 내 고민을 말하고, 인바디 분석표를 보내면 내 상황에 맞는 다이어트 계획을 짜준다. 집에 있는 음식 재료만 말해도, 다이어트식도 제안해 준다. 홈트로 계획표도 짜줘서 의지만 있으면 AI PT가 따로 없다.
카드 명세서? 엑셀로 업로드하고 AI한테 물어봤다. "불필요한 지출 찾아줘." 한눈에 보였다. 구독료만 월 15만 원이 나가고 있었다. 장본 내역들도 엑셀로 쫙 정리해서 쓸데없는 품목은 다음 달에 뺄 수 있었다.
시간 관리? 구글 캘린더를 분석시켰다. "비효율적인 시간 찾아줘." AI가 내 시간 도둑을 찾아냈다. 내가 해야 할 일들만 나열해도 우선순위도 짜줬다.
항의 응대? 챗GPT가 대신 썼다. 내 감정 소모가 확 줄었다.
복직한 회사에서 뒤처지기 않으려고 미친 듯이 팠던 프롬프트 쓰는 방법이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돼 버렸다.
뭔가... 끝판 대장 깨고 나서 보너스 판 플레이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서서히 사람들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유 과장님,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세요?"
"저도 AI 좀 가르쳐주세요."
1년 전, 나는 응급실에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런데 우연히 본 유튜브 썸네일들이 내 생각을 바꿨다.
"내 주제에 무슨 부업이야. 그냥 내 일이나 제대로 하자."
그렇게 마케팅 업무에서 AI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건강도, 돈도, 시간도, 인간 관계도, 모든 게 따라왔다.
하나를 제대로 하니까, 나머지는 저절로 됐다. 그게 뻥이 아니었다.
응급실에서 퇴사를 외쳤던 내가, 지금은 퇴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
아니, 어쩌면.
퇴사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쓰러진 워킹맘이 마케팅에서 AI를 제대로 쓰며 삶 전체를 되찾기까지.
그리고 당신도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
지금부터 낱낱이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