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이 탄생 비화
(스마트폰 녹화 버튼을 누르고 머리를 매만진다)
안녕하세요, 유나은입니다.
6개월 전, 대표님 포함 임원진 모두 참석한 발표 자리에서 마이크 잡고 정확히 10초 만에 철퍼덕 쓰러진 그 사람. 맞아요, 접니다.
응급실에 실려갔다 나오면서, 두 가지를 결심했어요.
한 눈 팔지 말고 AI 미친 듯이 파서, ‘일 잘하는’ 나은이가 되겠다.
이 모든 걸 기록하겠다.
그래서 지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켰습니다. 아직 편집은 미흡해서 썰만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6개월 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24년 6월 3일. 복직 첫날. 돌이켜보면 그날 전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너무 구렸어요. 이제부터 그날의 저는 ‘구린이’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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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3일 월요일.
알람이 울렸다. 아니, 정확히는 소미가 먼저 울었다.
"엄마아..."
새벽 5시 30분. 12개월 만에 맞이하는 출근 아침이었다.
소미를 달래고,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았다. 시계를 봤다. 6시 10분. 안돼!
샤워는 3분 컷. 머리는 말릴 시간도 없어서 그냥 묶었다. 거울 앞에 섰다.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는데 손이 떨렸다.
'할 수 있다. 애도 낳았는데 이까짓 거.'
하지만 거울 속 내 얼굴은 볼 품 없었다. 승모는 솟아있고, 볼에는 기미가 눈 밑엔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괜찮아. 사회생활하다 보면 또 괜찮아지겠지.’ 12개월 전의 나는 어디 갔을까. 소미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고 지하철에 올랐다. 출근 시간.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서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었다.
회의실 문을 열었다.
차도희 팀장이 앞에 서 있었다. 같은 날 입사했던 입사 동기. 그럼 뭐 해? 지금 도희는 팀장, 나는 복직한 팀원이었다.
"나은아, 왔어? 여기 앉아." 도희가 자기 옆 자리를 가리켰다. 쭈뼛쭈뼛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시작할게요. 먼저 수분 크림 현황부터." 도희가 화면을 넘겼다.
"현재 ROAS 목표는 500%로 잡았고요, CAC는 2만 원 수준입니다. 리텐션을 고려하면 LTV가..."
‘ROAS. CAC. 리텐션. LTV…’
단어들이 한 귀로 들어왔다 다른 귀로 빠져나갔다.
‘로아스가 뭔데?' 확신 없이 이것저것 메모하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옆자리 김 대리가 노트북에 뭔가 타이핑하고 있었다. 앞자리 박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다들 아는 거지?' 손에 땀이 났다. 모르는 걸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퍼포먼스 마케팅 중심으로 전환하되, 오가닉 트래픽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도희가 말을 이었다. "나은 과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희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회의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나를 향했다.
"아... 네,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대답을 했다. 젠장.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들켰나...' 12개월 전만 해도 나는 최연소 과장이었고, 홍보팀 팀장을 맡았었다. 회의 시간에 누구보다 많이 말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젝트를 리드했다. 그런데 지금 ‘라떼’나 들먹여야 하는 나는 마케팅 기초 용어조차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나은아, 같이 밥 먹을까?" 회의가 끝나고, 도희가 내 자리로 와서 속삭이듯 말했다. 혼자 있고 싶었지만 그러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식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도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회의 때 좀 힘들어 보이던데."
역시 들켰구나.
"응... 좀. 용어가 생소해서."
"그럴 줄 알았어. 마케팅이랑 홍보는 언어가 좀 다르지." 도희가 위로하듯 말했다.
"금방 적응할 거야. 유나은, 잘하잖아."
식당 앞에 줄이 길었다.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밥을 한 숟가락 떴는데,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유 과장" 오후 2시쯤, 도희가 내 자리 앞에 섰다. 손에 파일을 몇 개 들고 있었다.
"잠깐 회의실로 갈까?"심상치 않았다. 회의실에 들어갔고 도희가 파일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어반 쉴드 프로젝트_현황 및 문제점 분석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거 기억해?"
"응... 기억하지." 기억하다마다. 휴직 전 마지막으로 기획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였다.
도시 여성을 위한 자외선 차단제. Urban Shield. 도시 여성을 지켜주는 방패. 타겟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 여성. 강력한 자외선 차단 기능에 가벼운 텍스처. 출근길에 바르고, 점심시간에 한 번 더 바르고, 퇴근 후에도 지속되는.
그게 내가 기획에 참여했던 어반 쉴드였다.
파일을 열었다.
"이게... 뭐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미안. 네가 없는 동안 개발팀이 안티에이징 넣자고 했고, 영업팀이 미백 기능 추가하자고 했어. 마케팅팀에서도 보습을 더 강화하자고 했고." 도희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지금... 좀 꼬였어."
꼬였다는 표현이 맞았다. 자외선 차단제에 안티에이징, 미백, 보습, 주름 개선까지. 이게 뭐야. 만능 크림이야?
"투입된 예산이 8억 2천만 원이야. 전체 12억 중에서."
"...그럼 3억 8천 남았네."
"응. 그리고..."
도희가 잠시 머뭇거렸다.
"론칭이 내년 4월이야. 그전에 대표님한테 중간보고가 있어."
"언제?"
"내년 1월."
7개월.
"나은아."
도희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가 발표해 줬으면 좋겠어."
"... 뭐?"
"대표님도 참여하시는 중간보고."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 마케팅 용어도 하나도 모르는데 무슨 소리야."
"이 프로젝트, 네가 만든 거잖아. 콘셉트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너야.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도희가 잠시 머뭇거렸다.
"나도 자신 없어. 이 프로젝트 살리는 게."
입사 동기지만, 도희는 늘 자신감 넘쳤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듯이. 그런 도희가 이렇게 말하다니.
"7개월 있어. 충분하지?"
도희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옛날에 나은이 우리 회사 최연소 과장이었잖아. 이 프로젝트만큼은 네가 팀장이야."
옛날.
그 단어가 가슴에 꽂혔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나는 사람들 틈에 서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검색창에 쳤다. "마케팅 기초" 검색 결과가 주르륵 나왔다.
마케팅 용어 정리
30일 완성 마케팅 기초
마케팅 실무자가 알아야 할 100가지
하나하나 클릭해 봤다. 나랑은 관계없거나 광고가 많거나 너무 방대했다.
"마케팅 용어 정리"
PDF 파일 하나가 나왔다. 다운로드하고 열어보니 100페이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7개월 안에 이걸 다...?' ‘이직해야 하나?’ 온갖 생각을 하며 화면을 스크롤 내렸다.
안 되겠다. 마케팅 용어 쉽게 설명해 주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봐야겠다.
유튜브 메인화면에는 온통 ‘챗GPT’와 관련된 영상이 가득했다.
'챗GPT? 들어본 것 같은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 속 유튜버가 말했다.
"여러분, 챗GPT 써보셨어요? 저는 이거 쓰고 나서 업무 시간이 정말 반으로 줄었어요."
"제일 좋은 건요, 챗GPT는 판단하지 않아요. 몇 번을 물어봐도 짜증 안 냅니다."
‘판단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종일 회사에서 눈치 보고, 긴장하고, 아는 척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러분도 한번 써보세요. 무료예요. 가입하고 바로 쓸 수 있어요."
영상이 끝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ChatGPT 사이트에 접속했다.
집에 도착했다. 소미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웠다. 숨 좀 돌리고 시계를 봤더니 10시. 노트북을 펼쳤다. 가입만 겨우 해 둔 챗GPT에 들어갔다. 화면에 빈 대화창이 나타났다.
지니가 든 요술램프라도 발견한 듯이 살짝 떨리는 손으로 첫 질문을 해봤다.
ROAS가 뭐야?
엔터.
3초 후, 답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
미쳤다.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오늘 낮 회의 시간에 도희가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ROAS 목표 500%라는 건, 광고비의 5배를 벌어야 한다는 거구나.'
나는 다시 물어봤다.
CAC는?
나는 계속 물어봤다.
LTV는?
리텐션은?
퍼포먼스 마케팅은?
하나하나 답변이 올라왔다.
이해가 됐다. 정말로.
"고마워..." 나는 노트북에 대고 중얼거렸다.
어느덧 시간은 달려 새벽 1시. 기지개를 한 번 켜고 노트북을 덮었다.
'내일 또 물어봐야지.'
처음으로, 작은 희망이 생겼다.
여러분, 복직 첫날 제가 챗GPT를 못 만났더라면 전 그날로 퇴사했을 수도 있어요.
아 그게 더 장기적 해피엔딩이었을 수도 있긴 하겠네요. (웃음)
그때는 그 나름 정말 좋았고 만족했지만… 지금 제가 보기에는 정말 구려요.
자, 지금부터는 그때의 저를 '구린이'라고 부르며 살짝 좀 코칭을 해보겠습니다.
구린이는 이렇게 물어봤어요:
ROAS가 뭐야?
단답형 질문. 초딩 스타일.
챗GPT는 친절하게 답해줬고, 구린이는 "오..." 하며 만족했죠.
하지만 이게 문제였어요.
정의는 알았지만, 실무에 어떻게 쓸지는 몰랐거든요.
다음날 회의 때 도희가 "ROAS 500% 목표가 현실적이냐"라고 물어봤을 때,
구린이는 또 머릿속이 하얘졌거든요. '500%가... 높은 건가? 낮은 건가?'
지금의 나은이라면 이렇게 물어봤을 거예요:
다음 조건에 맞춰 ROAS를 설명해 줘:
-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게
- 일상 비유 포함
- 화장품 업계 기준
- 좋은 vs 나쁜 수치 예시
- 계산 과정 3단계
- 회의용 질문 2개
이렇게 물으면 완전히 다른 답변이 오거든요.
질문이 이렇게 달라져야 해요
구린이: "뭐야?" (정의만)
나은이: "어떻게 + 왜 + 예시 + 활용"
구린이: 이해 60%, 다음날 또 헷갈림
나은이: 이해 100%, 회의에서 바로 활용
검색해도 딱 감이 안 오고, 누구한테 물어보자니 괜히 민망하죠.
그럴 때 쓸 수 있는 만능 프롬프트입니다.
마케팅이든, 제조든, HR이든, 통합니다.
다음 조건에 맞춰 [용어]를 설명해 줘:
1. 초보자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2. 일상생활 비유 반드시 포함 (예: 연애, 운동, 장보기 등)
3. [우리 업계]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4. 좋은 수치 vs 나쁜 수치 비교
5. 계산 예시 3개 (실제 수치로)
6. 실무에서 쓸 질문 2개 제안
대괄호 [ ] 안의 '용어'와 '우리 업계'를 여러분 상황에 맞춰 바꿔 써보세요.
나은이와 챗GPT의 대화 보기 << 클릭하고 이 프롬프트를 바로 사용해 보세요.
다음 영상에서는 구린이가 챗GPT와 어떻게 회의 리허설을 했는지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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