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나 제 책상은 하나
며칠 전에 낮에 전화가 집 전화로 걸려왔다. 아내가 바꾸어 준다. 나와 같은 날 함께 그만둔 한 대리이다. 과장 이상이 그만두면 될 것을 한 대리는 "뜻한 바가 있어서…"하며 나와서
그 뒤 뜸하더니 이제 전화가 왔다. 사무실을 차렸다고 했다. 이틀 뒤에 그가 말한 광진 구청에서 가까운 건물에 갔다.
그가 말한 창업 사무실 다운 사무실은 없고 무슨 신문사라는 간판이다. 이 층에서 나는 잘못 왔나? 해서 전화를 걸어서
"왔는데, 자네 사무실이 어디?”
“문 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가 문을 열고 나오는 곳이 바로 그 무슨 신문사 문짝이다.
그 신문사 지국 한 귀퉁이에 책상 하나가 창업 사무실이다. 창업은 서부 개척과 비슷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건 지나친 것 아닌가? 나는 그의 사무실에 개업 축하 난 화분을 건넸다.
며칠 전에 한 부서 직원 두 명이 다녀간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들고 온 화분이 유일하다.
" 이 대리 말고 다른 친구들은 안 왔나?"
"바빠서요"
한 대리는 사람 좋게 웃는다.
"바빠서?"
나는 회사에 남은 직원들이 바쁜 정도를 다 안다. 이곳은 퇴근길 목에 있다.
떠난 자들이 남은 자들을 위해 나갔으니 궁금하지 않은가.
" 바쁘기는 …. 무슨 경을 칠 …."
한 대리가 주는 명함에는 무슨 할인 서비스 광진구 지사 지사장이란 직함이 있다.
지사장이 혈혈단신이고 책상 하나뿐이라서 궁금하다.
“일이 뭔가?”
나는 반쯤은 희망에 차 있고 반쯤은 이미 실패를 예감한 듯한 그를 보고 우문현답을 바란다.
일반 상점에 다니며 회원 모집을 한다. 그 상점은 상점의 성질에 따라 10%에서 30%까지 할인을 하게 서로 약정한다. 개인들에게는 년 3만 원의 회비를 받고 회원 가입을 받아서 카드를 발행해 준다.
"상점을 다니면서 회원 가입시키는 일이지요. 젊은 주인들은 알아듣는 데 나이 많은 주인들은 설명해도 못 알아들어요. 가게를 다니다 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몇 건을 올렸는지 말을 못 한다.
"몇 달은 힘들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 보험 카드는?"
"마누라에 붙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증권회사에 다닌다. 작년에 결혼하고 지금은 몸이 무겁다. 임신 기혼녀로서 회사 생활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가끔 전화하고 와 볼게. 개인 카드 작성할 때 나도 1순위로 가입하지"
나는 위에 자리 잡은 난을 가르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물을 주라고…. 현재 피어 있는 꽃 말고 새 꽃대에 물을 주면 꽃을 계속 보니까."
아직은 한낮이었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아가씨는 그와 소속이 달랐다. 차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가 아직 한 대리에게 없다.
"차는 뭐. 다 먹고 왔지.”
나는 손을 흔들며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떠난 부장이 떠난 대리에게 남기는 화분 하나만이 아닌 수많은 화환이 그에게 보내지기를 바람은 욕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