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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l 19. 2020

겨울나비. 33 친구의 '엄마'

아내가 엄마다

30년 동안 친구들을 위해 마다하지 않은 K.

친구들은 그를 따라 다른 친구들이 함께 이민도 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관광회사에서 경리부서장을 하던 그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민 갔다고 하고 빚에 쫓겨갔다고도 했다.

20여 년 전 매월 시작하여 지금은 5만 원으로 바뀐 회비를 모아서 가까이 만든 자금을 회원 여섯 명이 작은 이자를 내고 서로 돌려가며 썼었다.

그러다가 거의 전부를 그가 썼다. 그는 사업한다고 친구마다 전화를 걸어서 우리가 모은 돈을 쓰겠다 했고 그의 형편이 나아지는 것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동의했다.

알고 보니 그는 그 돈으로 카지노 다 썼단다.

마침 일시 귀국한 그의 부인과 함께 이민 갔던 다른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같은 모임 다른 친구 내외 두 가족도 왔다. 말없이 보낼 수 없는 큰돈이기에 모여서 하는 주요 내용은 꿔간 돈을 어쩔 것인가?

드디어 말이 나왔다.

그 돈은 우리 아이들의 학비로 쓰는 돈이고 가족들의 애경사에 쓰는 돈이다. 지금, 허망한 노릇은 돈을 꿔간 친구는 돈을 갚을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인까지 남편이 돈은 어디다 썼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남편이 쓴 것은 틀림없으니 대신 남편 대신에 일부를 갚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 못난 아들 둔 셈 잡아야지요. “

“우리 나이는 아내가 엄마지요.”

저마다 웃고 그 말만으로 고맙다.

금전 문제가 나면 우정이 겁나서 거의 한 세대를 모았던 돈을 못 꿔줄 이유는 없다. 대신 우리는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고, 이제 다시 돈을 모을 남은 시간도 없게 되었다.

꾼 돈 일부를 갚겠다는 친구 아내가 손발 벗고 나섰다.

몽땅 대신 갚았다. 엄마처럼.

이래서 불효자는 웁니다던가?

나는 어쨌나. 내가 돌림 회장 자리에 있으니 머릿수로 나누어 배분한다.

마치 우정을 배분하듯이.

어느 날 대학 동창이 전화를 걸어왔다.

몇 년에 한 번 전화 오다가 전화조차 끊긴 지 10년은 된다.

잘 지내나  잘 지내지 하는 인사 뒤에 바로

“ 내가 급하게 필요하니 300만 원만 빌려주게. 사흘 뒤에 꼭 갚지.”

그는 보험사 지국장에 강남 아파트에 살았었다.

나는 남에 꿔줄 게 없는 형편이다.

“ 미안하네.”

그와 통화가 끝나고서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 그 친구 전화받았나? 나에겐 500만 원을 빌려달래기에 못 해주었네. 다른 친구에겐 700만 원을... 등등 ”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나.

어떤 친구는 아내가 어머니가 되는데 이 친구는 아내마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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