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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l 22. 2020

겨울나비. 34 모텔 사장

여자 손님 비명에 달려가니....

전화 신호가 갔다. 나 보다 앞서 개발 사업부를 담당했던 안 부장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이거, 황 형 아냐? 오랜만이요. 어떻게 보냈소. 


나, 모텔 영감이지 뭐. 잘되기는. 

무릎관절이 나갈 정도로 1층에서 4층으로 방마다 물 갖다 바쳐. 휴지 갖다 바치느라고 골 빠져. 사람이라고는 아줌마 한 사람만 쓰고 있어. 


여기는 인건비 따먹기라고. 아내는 낮에 와서 지키고 밤에는 내가 새우고 있어. 잠이야 부족하지만 밤새도록 손님들이 오는 것은 아니고 12시만 넘으면 뜸하니 반은 잠들었다가 반은 깨고 있다가 아침에 마누라와 교대하면 잠자는 게 일이라고.


 돈 좀 벌기는?

 은행 융자 얻어 이자 갚아야지. 남는 것은 우리 내외의 인건비야.

남자들은 아내에게 농담 비슷하게 할 때 미칠 지경이지. 부부싸움도 한다고.


회사 다닐 때 출퇴근만 하면 월급 받던 때가 천국이었어. 여기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방은 18개이고 늘 가득 차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나가면 방 청소해야 하고, 하느라고 하지만 완벽하지 못할 때도 있어. 어떤 때는 손님이 펄펄 뛰는 거야.


가서 보니 내용물이 들어 있는 콘돔을 흔들면서 창문 틈에 있었다면서 이런 식으로 관리하면 되는 거냐고 소리 소리치기에 만져보니 따스하더라고. 자기가 일을 저질러놓고 숙박비 환불받으려고 떼쓰는 거더라고.


어떤 때는 젊은 남녀가 왔는데 여자의 태도가 완강하고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상당히 과격하더라고. 방문 앞에서 지켰지. 무슨 불상사가 생기면 방문을 차고 들어가려고 벼르면서. 그 참에 다른 방에서 나오던 투숙객에 내 꼴을 지르는 거야. 아저씨, 남의 방 앞에서 뭘 듣고 있느냐면서. 얼굴 뜨겁더라고.


모텔을 하려면 동네 복덕방에서 추천하는 집을 하면 안 돼요. 대체로 나와 있는 거야. 친지나 친구를 통해서 . 내 돈이 없어서 잘 되는 목에는 못하고 남의 모텔을 세 얻어서 이 평일에는 손님이 너무 없어. 술집 근처에 있어야 걸친 취객들이 술집 아가씨와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런 수작 피는 월급쟁이들이 어딨어. 우리가 월급쟁이 할 때가 황금 시절이었지. 그러기에 이렇게 망했는지도 몰라.


황형, 놀러 오란말 못해 . 

내 꼴도 그렇고. 모텔이 오라면 아가씨 달고서야 올 데지. 어디 오겠어. 

황형, 사업을 쉽게 하지말라고. 시작도 어렵지만 그만둘 때는 더 어려워. 생각 많이 하라고.



예, 어서 오십시오.


황형, 미안, 미안. 손님이 왔네. 다시 연락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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