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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l 23. 2020

겨울나비. 35 황성 옛터

내일이 오면 그대 역시

영정 속 어른이 깜짝 놀라는 듯했다.

술이 거나해진 전직 전무는 젓가락  황성 옛터를 부르고 있다.

상주는 당황하고 전무 곁에 있던 이사가 입을 막다시피 한다.

"전무님, 여기는 노래방이 아녀요."

"그래, 그래."

전무는 다시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

전무는 회사를 그만두고 며칠이 안 되었고 이사가 전무의 업무를 맡았다.

한 직장에서 건축직을 맡으며 30년 이상을 근무했던 전무는 한 줄 인사명령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상주는 전무 부서 차장이었다. 전무가 황성 옛터를 부르는 마음을 주위 사람들 저마다 안다. 다시 전무는 황성 옛터를 부른다.  카세트처럼 다시 

"전무님, 여기는 노래방이 아녀요."

나는 한때 내가 과장이었을 때 내 아래 주임이었던 여기 상주의 아버님 부음을 듣고 쌍문동, 한일병원 영안실로 왔다.

와서 보니 이 지경이다.

그동안 극동 건설 권좌에 있던 회장 친족들은 사라져갔다.

동서증권을  때 당차게 주무르던 김용산 회장의 둘째 아들 김대중은 폐암으로 운명했다. 그가 주임 대리 때 나도 주임 대리였고 나는 회사의 행사 사진을 찍으러  일쑤였다.

나는 극동 건설 직원이었다. 사원에서 과장 때까지 내 업무는 수주 영업이지만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행사 있을 때마다 차출당하곤 했다.

남들은 사진 찍기를 꺼렸다. 필름 카메라 시대였다. 잘 찍어야 본전, 못 찍으면 욕바가지다.

"황 대리, 사진 잘 찍어줘요."

하던 명랑하고 자그마하던 혈색 좋던 회장의 둘째 아들 김대중은 세상을 떠났다.

김 회장의 셋째 아들 세중은 은 극동건설 사장이었으나 한동안 시끄러웠던 국제건설과 극동건설의 일로 한동안 갇힌 생활을 했다.

가끔 돌출 행동하던 큰아들 홍중은 대중보다 앞서서 사장 노릇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몸에 마비가 와서 투병 끝에  별세했다. 김용산 회장은 창업 50여 년 기업을 날리고 자기 사무실에서 밀려나고 그 방에는 자기가 사원 때 데리고 있던 비서 직원이 관리인으로서 사장 역할을 하며 독차지 쓰고 있었으니 그 참담함은 어땠을까.

인생은  끝내 황성 옛터이다.

극동 건설 김용산 회장 묘소는  행방이 없다.

황성 옛터에 계시려나.

황성 옛터에  월색이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전무 노래가 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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