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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종원 Jul 24. 2020

겨울나비. 36 기원 사장

취미가 직업된다

대학 동기생 여섯이 모였다.

우리나라에 남은 세 명의 가족과 뉴질랜드의 두 명이 모였다. 지금 못 온 남은 한 명은 뉴질랜드에서 빌딩 청소를 밤새 하는 일자리를 얻어 다니고 있다. 그 친구는 군에서 중령으로 20년 이상 한 친구라서 연금만 받아도 끼니 걱정은 없다.

어느 구석에 살든지 모인 김에 할 말도 참 많다. 뭘 하고 사느냐 하는 말이 가슴에 바로 와 닿는다.  

친구 하나가 누군가 하는 기원에 대해 말했다.

" 지점장을 하던 친구가 옷 벗고 서초동 법원가에서 기원하는 데 한 달 벌이가 300만 원은 된대. 처음 한 달은 참 어려웠다더군. 체력도 부쳤고. 아침 10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에 문을 닫으니 고달프기도 고달팠겠지. 서비스에 온 힘을 다하더군. 손님이 들어오면 냉수나 커피 한잔 때때로 재떨이를 비워 주고, 다시 또 …. 전화 걸 일이 있으면 걸라고 전화기를 …. 혼자 온 손님에게는 한 판 대국도 해주면서 부부가 아주 열심히더라고... 지점장 부인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커피 심부름, 재떨이 거야. 그러니 손님이 한 번 오면 그 집을 또 오는 거야. 지금은 자리가 잡혔어. 되면 밥까지 먹자고 손님에게 권하는 거지."

우리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눈높이를 바로 낮춰서 어려운 시기에 잘 택했다.  

친구 부인들은 나보고 기원은 어떠냐고 묻는다.

책상 샌님인 내가 할 일은 아니며 바둑을 둘 줄도 모른다.  학교 때나 직장 때나 몇 시간씩 바둑에 나를 묶어둘 시간이 내게는 너무 아까웠다.

바둑 취미와 사업 수완이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적당한 투자로 취미와 사업을 살리면 제법 할 만한 장사이다.

궁리에 궁리하면 뭔가 할 것이 있겠지.

 "이민 가서 접시 닦고 소똥 치는 각오로 살면 못 할 일이 없고 굶주릴 리가 없지."

이민을 떠나면서 친구들은 말했지만, 접시 닦고 소 똥칠 기력이 있을 때는 금세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제 이민 떠날 나이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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