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계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날 유혹할 매력은 충분했다.
확실하게 마음 굳히기.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하는 다짐이다. 나는 뒷심이 약한 편이라 강하게 마음먹지 않는 이상 끝을 보지 못한다. 새로운 취미를 고민하는 지금,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검색창에 바이올린을 적었다. 상위권에 랭크된 카페에 들어가 매일밤 잠들기 전 삼십분 정도는 그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다.
구할 수 없는 악보를 찾는 글. 몇 년에 걸친 레슨 일지, 테크닉이나 심리적인 문제를 꺼내 놓는 사람들. 서로에게 본인이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내어 준다. 이곳은 서로를 돕는 마음만이 가득하다. 덕분에 나의 새로고침도 멈출 줄을 몰랐다.
좋아하는 연주자가 했던 말이 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유튜브에 루이지애나 중학생들이 연주하는 영상을 찾아봐요. 진정한 애호가들이 음악을 즐길 때의 진정성과 순수함이 결국 제가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불안해요. 시간이 없어서 새벽에 연습하고 출근합니다. 방해가 안 된다면 지하 주차장에서 연습해도 될까요? 그들은 지치는 법이 없다.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 버려서 매일 보고 싶어 하고 바이올린 곁에 있고 싶어 한다.
언젠가 들었던 취미의 세 가지 기준이 떠오른다. ‘인간의 취미는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인 요소를 만족시켜야 한다. 세 가지 요소를 만족하는 취미를 가지면 내면의 불안이 해소된다. 정서적 안정이 오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힘이 생긴다.’ 그들은 이 모든 요소를 바이올린에서 발견했다. 몸의 활력을 불어넣고 평온함과 몰입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엿보기를 마치고 옆에 둔 소설을 펼쳤다. 첫사랑의 무덤을 향해 잠옷 바람으로 가출하는 주인공을 따라 울타리를 넘어갔다. 무덤에 둘 꽃과 과일을 한 아름 안아 든 주인공과 나는 한 집에서 발길을 멈췄다.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가지고 도자기 같은 볼을 가진 아주머니. 주인공은 넉살 좋게 하룻밤 묵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흔쾌히 허락을 받은 주인공은 밤을 지나 아침을 맞이한다.
새소리에 잠에서 깬다. 아니, 새소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독일어를 하는 새라니 이상도 하다고. 새는 슈베르트다. 슈베르트가 집 안 곳곳을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쉬지도 않고 온 방 안을.
잠에서 깬 주인공을 발견한 그녀가 아침 인사를 건네며 말한다.
이렇게 난 음악 속에서 걷고, 먹고, 자고, 움직여. 다른 사람들은 집에 고양이나 남편이 있지만 내겐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가 있어. 고양이처럼 어디에나 가볍게 존재하는 거지.
어디에나 가볍게 존재하는 것. 내가 매일밤 그들의 세계에서 발견한 새. 이 가벼운 무게를 지닌 악기는 그들의 머릿속을 쉬지 않고 날아다닌다. 추운 날씨에 차 안에 넣어둔 악기가 터질까 걱정하고, 연습하다 손가락에 염증이 나면 물집을 터트리고 다시 연습실로 향한다. 지방이라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면 지역 대학 조교에게 연락해 수업해 줄 전공생을 문의하고, 해외출장 지역을 선택할 때도 공연을 즐길 콘서트홀에 가까운 곳으로 배정받으려 애쓴다.
그들은 지독한 짝사랑꾼이다. 대가 없는 애정으로 바이올린만을 사랑한다. 그 세계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날 유혹할 매력은 충분했다. 그리고 가끔은 순수한 사랑을 즐기는 애호가들에게 반해 시작할 때도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