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은행 TV-CM (2016)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무탈하게 잘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며칠간 변을 보지 않자, 온 가족의 걱정이 시작됐다.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지고, 병원도 다녀왔지만 변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초조해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아내와 통화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묻는 게 그 일이었다. 처가 식구들도, 본가 부모님들도 아이의 배변이 최고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아이가 있던 방에서 아내와, 마침 와 계시던 장모님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기쁜 소식이 온 것이다. 모두 환호했다. "아이고, 잘했다" 란 말이 절로 나왔다. 본가에도 전화해서 소식을 알렸다.
아이가 변을 본 것 만으로 이렇게 모두 기뻐할 수 있는 거구나. 어이없으면서도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기뻤다. 그렇게 한참을 즐거워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싸기만 해도 칭찬을 받는구나"
그랬다. 태어나서 응가만 해도 칭찬을 받는 때였다. 녀석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호시절.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든 이에게 행복을 주던 때.
이 광고의 카피 한 줄을 볼 때마다, 그때의 안도감과 고마움이 다시 생각난다.
生まれただけで、最高なのだ。
태어난 것만으로 최고인 거야
태어난 걸 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지금부터 시작하는 매일을
함께 즐겨보자
싫은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뛰어넘어 갈 수 있는
너의 곁에서 꿈을 보는 매일
태어난 것 만으로 최고인 거야
출처 : https://www.boy.co.jp/boy/brand/mainichi/tvcm/video/tvcm01.mp4
평범한 사진과 평범한 말이 주는 감동이 있다. 우리 모두 이렇게 평범하게 살면서 공감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때로는 이 평범한 행복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것이니까.
태어난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아빠는, 어느새 초심을 잃고 바라는 게 많아졌다. 자기 전에 양치질 좀 잘했으면. 아침에 깨울 때 성질 좀 덜 냈으면. 엄마가 골라주는 옷 잘 좀 입었으면. 엎드려 게임 유튜브 좀 그만 봤으면. 밖에서 운동 좀 더 했으면. 패스트푸드는 좀 줄였으면. 약속한 시간 외에 몰래 컴퓨터 게임하지 않았으면. 성적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올렸으면... 아빠도 그 시절에 잘 해내지 못했던 걸 바라고 있다.
이런 광고를 볼 때만 한번씩 반성한다. 태어나 내게 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녀석. 하지만 아들아. 17살이면, 잘 싸는 것만으로 칭찬해주긴 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