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범생이'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어른들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덕분에 주로 칭찬을 받는 편이었다. 부모님, 선생님, 엄마의 친구, 친구의 엄마들이 칭찬하는 학생이었다. 일단,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또래에 비해 수준 높은 책을 읽고, 글짓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것도 잘해서 무슨 대회 같은 데 나가면 척척 상도 받아왔다.
좋은 평판과 주변의 기대치에 맞추고 싶은 마음은 여러 측면의 자기관리에 도움도 줬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실패하지 않으려는 습성도 만들었다. 아니, 실패 자체보다는 나쁜 평판이나 비판적인 의견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지금 돌아보면,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정말 해보고 싶으면서도 실패하지 않으려고, 실패했다는 평판을 피하려고 한 선택들이 많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같은 뻔한 명언이야 알고 있었지만 책 속에 나오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결국은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의 결과이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존경할만한 누군가가
잠깐 실패해 본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제대로 가르쳐줬다면 어땠을까. 성취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도전을 칭찬해줬더라면 어땠을까.
남 탓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일본 와코루의 이너웨어 셀렉트숍 AMPHI의 2021년 광고다. 새로 성인이 되는 청춘들에게 던지는 응원을 담고 있다.
출처: 와코루 홈페이지 (www.wacoal.jp)
失敗しても、
未来のあなたは
許してくれる
실패한대도
미래의 너는
용서해줄 거야
실패를 회피하고 살아도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지나 보니 알게 된다. 그 실패들이 별게 아니었음을. 그때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도 미래의 나는 충분히 용서하고 껴안아 줄 수 있음을.
이 헤드라인도 용기를 주는 말인데 본문에 있는 한 마디가 왠지 더 가슴에 와닿는다.
ハタチはまだ、オトナ0才.
転んで、迷って、当たり前.
20살은 아직, 어른 0살.
넘어지고, 주저하고, 당연한 거잖아.
생각만 옳은 꼰대의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그때는 실패해봐도 돼"가 아니다. 왜 여유를 가져도 되는지, 왜 실패가 부끄러운 게 아닌지 따뜻하게 이야기해주는 어른의 마음이 느껴진다.
광고 카피라는 관점에서도 좋은 글이다. 평범한 생물학적 나이를, "어른으로서의 나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여러모로 한 수 배울 만한 작품이다.
아들에게는 더 많이,더 즐겁게 실패해 볼 마음의 여유를 주고 싶다. 하지만 혹시라도 아빠가 성급하게, 조급하게 잔소리해도 조금은 이해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