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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영 Feb 11. 2023

보물은 찾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

닌텐도 스위치 포켓몬스터 스칼렛 바이올렛 TV광고 (2022)



인류 역사를 통틀어 많은 들이 '우리 삶에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대한 명언을 남겼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철학자나 종교지도자가 아닌 동물(!)이 남긴 것이다.


Here is my secret, a very simple secret;
It is only w 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비밀을 알려줄게.
마음으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어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 속 사막여우가 한 말이다. 1억4천만부 이상이 판매된 20세기 최고의 명저답게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이런 좋은 이야기를 여우만 했을 리가 없다. 유럽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The most precious things are always invisible;
they are always kept hidden.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언제나 숨겨져 있다.

- 선데이 아델라자 (Sunday Adelaja: 하나님의 대사교회 목사)-




좋은 말도 설교로 듣는 것 보다 오락적 요소가 곁들여지면 부담감이 덜어진다. 같은 이야기를 걸그룹이라면 좀 더 상큼하게 전달할 것이다. 발랄한 안무를 곁들인 노래로 이렇게 가르쳐준다.


멀리서 널 닮은 바람이 일어 불어와 내게 Hello
진짜로 진짜로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대.

- 오마이걸 Windy Day (2016)-





그 밖에도 영화, 소설, 시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같은 메시지를 다른 화법으로 설파한다. 좋다. 오마이걸까지 나서서 이야기하는데 믿어보자. 진짜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인정. 그럼, 광고는 같은 이야기를 어떤 화법으로 전달할까.


내가 본 최고의 답은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 소프트웨어인  <포켓몬 스칼렛 바이올렛>의 TV광고에 있다.  여러 편의 시리즈로 된 이 광고는 포켓몬 세계에서 온 미스테리한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만나 함께 지내며 주고 받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세 번째 편에서 두 사람은 동네의 작은 다리를 건너며 대화를 나눈다.  



남: 보물이란 뭐라고 생각해요?

여: 어...?

남: 벌써 만나고 있었네요, 보물.


"만남의 수만큼 성장한다'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여자의 독백의 조용히 흐른다.


そいつは教えてくれる。
宝物って気付くものだと...

그 녀석은 가르쳐준다.
보물이란 깨닫는 거라고...



딱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광고는 아니다. 남자 주인공이 게임속 캐릭터처럼 입고 포켓몬 세계에서 왔다는 설정이 독특하긴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닌텐도 게임이나 포켓몬에 관심이 없어서 무심하게 광고를 흘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다. 보물은 깨닫는 것. 그렇구나, 찾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 신선한 카피라이팅에 뒷통수를 가볍게 맞은 듯한 느낌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도 존재는 하고 있다.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 같은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한다. 어린 왕자가 만난 여우의 조언대로 '마음의 눈으로 보거나 느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소중한 것임을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것은 물리적인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깨달아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말 안 듣고 속 썩이던 아들이, 여행 가서 안 보이고 마음이 휑해지면 그제야 그 녀석이 보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별 일 없던 출근길에 다리를 다쳐 절뚝이거나 깁스신세를 져야 하면 건강한 다리가 큰 보물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업무나 육아 등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던 30분, 별거 아니던 그 시간이 그토록 소중한 보물이었음을 깨닫는다. 




왜 무슨 일이 생기고 나서야 그 사람이, 그 시간이 보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거나 너무 가까이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다가도 잔머리를 굴려 스스로를 합리화해 본다. 누구나 그렇게 쉽게 알아챌 수 없으니까 그게 보물이 아니겠냐고, 소중한 것이 아니겠냐고. 진작에 알았으면 내가 사무실이 아니라 절이나 철학관에 들어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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