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1990년대 초반에 발표된 양귀자 작가의 소설 제목이다. 소설 자체로도 큰 화제를 일으키며 성공한 이 작품은 동명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당시 최절정의 인기스타였던 고 최진실씨가 주연을 맡아 제법 흥행도 성공했고, 대종상, 백상예술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젊은 여성이 남성중심적 세상에 대한 상징적 복수로 남자 톱스타를 납치한다는 서사와 페미니즘 논쟁이 화제성을 가져왔는데, 이 작품의 성공에는 제목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의 싯구에서 가져왔다는 이 제목은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브가 먹지말라는 사과를 베어 문 이래, 인간은 금지된 것을 갈망해왔다. 이 말은 우리가 금지된 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금지하면 할수록 더' 소망하게 된다는 진실까지 확장된다. 그냥 놔두면 평범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장애물이 생기는 것만으로 200%, 300% 이상 갈망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나는 술을 거의 못마신다. 몸이 한 두잔도 받아내지 못한다. 억지로 참석할 회식이 없다면 1년에 단 1잔의 술도 마시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런 내가 느닷없이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에 빠질 때가 있다. 건강검진이나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가서 술을 마시지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놀랍다. 술에 관심이 없는 데도 ‘마시지 말라’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시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 무슨 청개구리 본능인가. 관심이 없는 것도 하지 말라면 굳이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다. 못 먹게 되면 더 먹고 싶고, 못 입게 되면 더 입고 싶고, 못 놀게 되면 더 놀고 싶은게 사람이다.
이렇게 난관이 생기면 더 크게 갈망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연애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타의나 부득이한 조건 때문에 못 만난다? 그 애틋함은 최소한 300%로 넘쳐 흐른다.
로미오와 줄리엣 부모의 패착은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내려 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직 14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라는 대사로 미루어 줄리엣은 13~14세 정도였고, 로미오는 16세 정도로 추정된다. 지금 청소년 기준으로 보면 줄리엣은 중1이나 중2, 로미오는 고1 정도였다. 한참 10대였던 두 사람을 그대로 놔뒀다면 아마 몇 년 지나서 자연스럽게 헤어졌을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녀간의 연애감정이 지속되는 것은 약 2년정도이며, 청소년의 경우 3~4개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채 몇 개월도 안되서 전남친, 전여친의 관계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멀리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연인의 애틋한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광고가 있다. 1992년에 방영된 JR東海의 신데렐라 익스프레스 TV광고다.
주말의 달콤한 데이트를 즐긴 후 일요일 밤에 아쉽게 헤어지는 커플의 모습이 그려진다. 플랫폼에서의 이별장면. 기차에 탄 남자의 시점으로 열린 문 밖에서 배웅을 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무언가 남자를 향해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기차의 문이 닫히고 만다. 기차가 출발하자, 여자는 기차를 따라 달리며 연인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어떤 말을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오버보이스로 들려오는 나레이션이 그녀의 마음을 알려준다.
사실은 거리에 질 것 같은 자신이 두렵습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오늘 확실히 당신을 만났다는 것을
몸과 마음 어딘가에 새겨두고 싶은 것입니다.
당신곁에 닿고 싶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오히려 밝게 웃으며 기차를 따라 달리는 그녀의 애틋한 모습위에 나레이션이 묵직하게 흐른다.
距離にためされて、
ふたりは強くなる。
거리의 시험 앞에
두 사람은 강해진다.
<동영상>
신데렐라 익스프레스는 JR東海의 도쿄발 신오사카행 열차편의 이름이다. 이 동화같은 이름은 사실 신칸센 운행에 대한 법적 제한 때문에 생겼다. 1980년대 후반, 모든 신칸센이 소음과 선로정비 관계로 자정이전에 운행을 마치도록 법이 바뀌었다. 그로 인해 도교에서 9시20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막차가 된 것. 12시 전에 도착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신데렐라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을 붙여 마케팅을 한 것이다. 이 감성적인 광고도 그 일환이었다.
마법 같은 컨셉이다. 이름을 하나 붙여놓으니 그저 빨라진 막차를 타려던 주말 연인들이 동화속 왕자님과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이 캠페인이 크게 히트하면서 신데렐라 익스프레스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연인들이 향유하는 낭만의 상징이 됐다. 이 감성적인 마케팅의 대성공으로 회사의 수익도 크게 상승했고 또다른 낭만적인 익스프레스 시리즈를 이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 광고를 위해 제작된 노래의 타이틀도 “Cinderella Express이다. 싱어송라이터 松任谷由実(마츠토야 유미)가 직접 만들고 불러 음악자체로도 크게 히트를 했다. 클라이막스 부분의 가사가 헤어지는 여성의 마음을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아름답게 그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데렐라,
지금 마법이 사라지듯 기차는 떠나가지만
유리구두 한쪽은 그가 가지고 있는거야
거리의 제약이라는 난관 앞에서 강하게 타올랐던 두 사람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1992년에 방영된 광고이니, 저 무렵 신데렐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주말연애를 했던 실제 커플의 사랑이 이뤄졌다면 아마 지금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부부가 됐을 것이다. 지금 한참 장거리연애를 하며 애달아 하는 청춘들의 딱 부모세대가 된 것이다.
거리의 시험을 이겨낸 사랑의 힘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같은 동화 속 해피엔딩과 현실은 꽤 다른 편이다.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