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와 추격자

산타할아버지 대화법

by 구뜨마망

때때로 아이들은,
현실보다 상상이 편하다고 느낀다.

마음이 너무 작아져서
진짜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조금 무섭고,
조금 외롭고,

조금 서운해서.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상 속에서
말이 안 되는 마음을
슬쩍 꺼내본다.

그럴 때 아이에게 필요한 건,

그 상상을 논리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듯
아이들의 마음은,
그 상상을 받아줄 때
비로소 살아난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묻지 않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라고
소망을 물어보는 것.

이 둘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 세상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조차
정서보다 정보가 앞서는 대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이들이 엉뚱한 상상을 꺼냈을 때
우리는 그 말의 논리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의 무게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공룡이 우리 집에 살면 좋겠어!”

그 말은 그냥 공룡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질문에 남는 것은

부모의 불안이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걸까?
알면서 왜 계속 묻지?

그래서 아이가 묻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질문을 시작하게 된다.

그 순간,
말의 주도권이 바뀌고
아이의 무반응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아이 스스로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감정 대신 정보로 반응하고
대화의 흐름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도망자가 된다.

자신의 감정을 꺼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
자신의 말이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기억.

그 기억들이 아이를 점점 더 깊이 숨게 만든다.




아이와 다시 연결되고 싶다면,

우뇌로 말 걸기.
그게 대화의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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