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은 직선이 아닌 동그라미
바나나를 보고 묻는다.
“이게 뭐야?”
정답을 말해주려다 잠시 의식적으로 멈추고
기대가 뭔지 생각하고 반응한다.
“이거 궁금해?”
대답이 아닌 반응에
아이의 얼굴엔 아주 작은 변화가 생긴다.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들었구나.'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순간이다.
아이는 "원숭이가 좋아해 바나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한다.
나는 이것을 동그라미 대화법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는 걸 굳이 왜 물어봤을까?
“이게 뭐야?”
“이건?”
“저건?”
그 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아이들은 종종 반복된 질문으로 마음을 건넨다.
가끔 상담에 처음 방문한 아이가
놀이실에 들어와
“놀 게 없네”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 순간, 부모님들은 종종
“그럼 ○○ 해볼래?”,
“이건 해봤어?”,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하며,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제안하곤 한다.
마치
“이게 뭐야?”라는 질문에
“사과야”, “인형이야”
하고 정답을 말해주는 것처럼.
하지만 아이는
정말 ‘놀 게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놀고 싶다는 마음은 이미 있지만
놀아도 되는지,
지금 이 공간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는지,
혹은 자신이 꺼내고 싶은 놀이가
허용되는지를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거다.
진짜 마음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일수록,
이런 말은 일종의 감정 신호일 수 있는데
그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정답보다
머무는 태도와 눈빛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가 지금 뭘 느끼고 있는지 알아줘,
내가 관심 갖는 걸 너도 같이 봐줘.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있어줘.
하지만 우리는 그걸 자주 놓친다.
정보를 전달하듯 즉답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하며,
“그건 사과지”,
“아까 말했잖아” 하며
내용은 전달되지만
감정은 비워진 말로 반응하게 된다.
그럴 때 아이는 말은 들었지만
자신의 마음은 닿지 않았다고 느낀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는 대화는
토끼처럼 빠른 대답이 아니라,
거북이처럼 느리게 다가가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왜 거북이가 이겼는지 궁금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속도보다 방향에 귀 기울이고,
기술보다 태도를 닮아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우리가 거북이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 모습 안에
우리도 닮고 싶은 성장하는 태도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