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보다 연결이 먼저 필요한 순간
아이: “이게 뭐야?”
엄마: “바나나”
아이: “이건?”
엄마: “인형”
아이: “이건?”
엄마: “아빠 안경”
마치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오는 사운드북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걸 ‘사운드북 대화법’이라고 부른다.
처음엔 아이가 궁금해하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답을 말해주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이미 알고 있는 걸 또 묻는 아이에게
“그건 아까도 말했잖아.”
“너도 알잖아”
어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엄마 이제 대답안해"
아이가 말한 건 ‘이게 뭐야’였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지금 나랑 말 좀 해줘”,
“엄마, 이거 같이 봐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는 그 신호를 놓치고,
그 말의 정답만 찾아주려 하거나
‘몰라서 묻는 게 아닐 텐데’라는 불편함에 태도가 굳어진다.
결국, 아이는 말은 계속 하고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점점 혼자가 된다.
아이의 "이게 뭐야?"라는 말은
“같이 있어줘”,
“이 상황이 신기해”라는
감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이럴 때 민감한 반응은
“그게 궁금했구나?”,
“그걸 엄마랑 같이 보고 싶었구나”
이렇게 말의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읽는 방식이다.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대화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감지해내는 민감성,
그게 바로 부모의 태도와 연결의 능력이다.
아이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을 원하거나,
단어를 다양하게 표현할 언어가 부족해서
같은 표현을 반복할 때가 많다.
하지만 부모는 물어보니까 대답해준거라고
피상적으로 반응하고,
그 말이 나오는 이유나 감정에는 닿지 못한다.
사운드북은 누르면 소리는 나지만,
눈을 마주쳐주진 않는다.
감정을 따라주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운드북이 되지 않으려면
대답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그 말이 왜 나왔는지를 먼저 바라보는 태도에서
진짜 대화는 시작된다.
질문에는 기대가 숨어 있다.
“이 아이는 지금 이 말을 하면서 뭘 기대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