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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Jul 08. 2017

아마추어에겐 현대미술이 오히려 더 쉽다(1_2/17)

사진의 도전과 회화의 응전

사진의 도전과 회화의 응전

Palmer and Longking DaguerreotypeCamera ca. 1854 on Iron Center Tripod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의 사조는 확 바뀌었다.

고정된 시선의 정적인 흑백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풍부한 색채감, 운동감, 상상할 여지, 점묘 등 미술기법의 효과, 입체감 시점의 자유로운 이동, 형태와 색상의 변형, 그리고 머릿속 상상세계의 표현이다.

 풍부한 색채의 표현은 빛이 풍부한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려서 획득하고, 운동감은 잔상효과를 이용하여 윤곽을 또렷하지 않게 처리하여 얻고, 상상할 여지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도록 일부러 디테일을 생략하여 얻는다.

Monet "Impression, Sunrise" 1873

 인상파라는 말의 시초가 된 모네의 ‘해 뜨는 인상’이라는 작품은 모든 것을 모호하게 처리하여 상상할 여지를 만들고 그의 수련 그림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그냥 색깔뭉치로 보이지만 디테일이 무시되는 먼 거리에서 보면 수련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림은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아야 한다는 말은 인상파 이후 생긴 감상법이지 싶다.


Renoir "The Two Sisters, On the Terrace" 1881

 르느와르는 근시여서 풍경속의 인물을 그릴 때 적당한 거리에서 구도를 잡고 대강 스케치한 후 얼굴은 초점이 맞게 다가가서 자세히 그리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초점이 안 맞는 사진처럼 흐릿하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 나도 근시여서 처음 안경을 맞춰 세상을 똑똑히 보게 된 순간 지금껏 아름답게 상상해 온 것들이 추한 면이 있음을 알고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HDTV로 바뀔 때 배우 얼굴의 잡티와 주름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하여튼 르느와르는 상상할 여백의 아름다움을 서양인들에게 알려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강요배 "Wave and Rock Columns" 2011

 강요배 화가의 작품은 가까이 봐도 멋있고, 멀리서 보면 특유의 서정성이 드러나 더 멋있어 상상의 여백미를 꿰뚫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인상파 이전의 작품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눈 맛이 시원한 풍경화는 거의 없고 잘 차려입은 부유한 상인과 귀족의 인물화가 대부분인데다가 상상할 여지가 없게 세부묘사가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세부묘사에 공을 들여서 고객을 감탄시켜야 수금이 쉽기 때문이다. 어느 공산당 간부가 당대 최고의 화가 피카소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 피카소는 입체파 기법으로 초상화를 그려 보냈는데그 간부가 노발대발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서민이 주인공인 밀레의 풍속화, 터너의 멋진 풍경화에 이어서 인상파의 등장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식민지개척으로 신흥부자인 부르주아의 대두로 그림 시장이 활성화 된 덕분일 것이다. 대혁명 이후 기존의 도량형을 철폐하고 지구둘레를 기준으로 한미터법을 사용할 정도로 모든 것을 부정하는 혁명의 기운이 인상파의 등장에 또 다른 영향을 미쳤다.

 

('사진의 도전과 회화의 응전'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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