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생략 4
수안, 중광, 석정 스님의 선서화도 이 계통이다. 물론 터럭 하나라도 잘못 그리면 그 사람이 아니라는 조선시대 세밀 초상화의 전통도 있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고려 불화의 전통도 있다. 대신 배경을 생략하여 여백으로 처리한다.
서양의 인물화는 절대 배경을 무시하지 않는다. 배경까지 꼼꼼히 묘사한 조선 초상화를 상상하면 갑갑한 느낌이 든다. 이런 여백주기의 전통은 현대까지 이어져 가족사진이나 웨딩사진을 찍을 때 배경은 단색으로 처리한다. 굳이 번거롭게 사진관을 찾아가서 가족사진을 찍는 이유는 멋진 프레임을 걸쳐놓고 싶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물이 돋보일 수 있게 배경을 여백으로 처리하기 위함이 아닐까?
출장 초상사진 촬영 때도 배경으로 흰색에 가까운 단색 천을 두르는 것을 보면 한국인에게 배경을 여백으로 처리해야 초상화나 초상사진으로 인정하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서양가정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면 배경에 담긴 이야기를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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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중광스님 학 : http://blog.daum.net/silver4u/12686857
수안스님 선화 : http://m.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348
수월관음도 : http://tayler.tistory.com/679
이운룡 장군 초상 : http://www.chis.go.kr/daekwan/WebContent/popsrc/07/89.html
가족사진들 : http://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