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쉽게 가려면 결혼하고 어렵게 가려면 혼자 살아

by 고베리슬로우

난 우리 가족 안에서 행복했다. 그 시절 많은 가정이 그랬듯이 우리 집도 경제적으로 부유하진 않았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했다. 나도 그런 가정을 꿈꿨다. 내가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내가 결혼을 할 것이라는 것에 의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일찍 하고 싶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어려운 환경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뤄냈듯이 아무것도 없을 때 결혼하여 바닥부터 모든 과정을 배우자와 함께 하며 인생을, 가정을 쌓아 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셋 이상 갖고 싶었다. 결혼 안 하는 삶, 아이 없는 결혼을 상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누구와 할지는 수도 없이 변해왔다. 살면서 내가 원하는 결혼 생활을 그리고, 다듬고, 보완하며 그 그림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길 기다렸다. 항상 결혼을 염두에 둔 만큼 연애를 한 모든 연인과 결혼을 생각했고 어떨지 상상했다. 결혼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이 여자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어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삶의 수많은 우연 끝에 필연같이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고, 우리 부부 앞의 많은 우연과 필연 위에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친한 지인들에 비해 일찍 결혼해서 일찍 아빠가 됐다. 자연스럽게 지인들에게 결혼과 육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결혼 관련 고민 상담을 해주다 보니 내 결혼생활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고민의 종류와 정도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이 나름의 문제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담은 내가 받았다.

세상 모든 일처럼 결혼에도 이상(사랑)과 현실(조건)이 있다. 조건을 외면하고 사랑만 쫓아 결혼하면 언젠간 현실 앞에 좌절하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하면 결혼 없는 사랑을 찾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세상엔 조건만 보고 결혼했는데 정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고, 사랑만 보고 결혼했는데 함께 열심히 노력해서 남 부럽지 않은 부를 쌓은 부부들도 많다. 세상은 넓고 부부는 많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제일 안 좋은 게 남의 말에 휘둘리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지만 남의 이야기가 선택에서 차지는 비중이 50% 이상이 되면 안 된다. 남 탓하는 것만큼 답 없는 게 없다. 게다가 결혼해서 좋았던 점을 말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결혼해보니 안 좋은 점을 말하는 사람이 세상엔 더 많다. 사람은 원래 가진 거보다 못 가진 게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조건만 보지 말라는 사람은 적어도 조건이 충족된 인생을, 외모만 보고 결혼하지 말라는 사람은 적어도 외모가 뛰어난 배우자를, 사랑만 보고 결혼하지 말라는 사람은 적어도 사랑하는 배우자와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


여담이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가 더 재미는 있다. 적당히 배우자 욕도 하고 그래야 같이 놀 친구들도 있지, 만날 때마다 배우자 칭찬만 하고 결혼해서 너무 행복하다고만 하면 주위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질 수도 있다.

결혼하고 애를 갖고 살아가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 결혼 전의 나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힘든 것도 많지만 내 결혼생활에 만족한다. 어찌 됐든 간에 이혼 안 하고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만족해서 만족하는 게 아니고 만족해야 만족하는 법이다.

이 글은 결혼생활과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나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결혼 6년 차, 육아 5년 차 남자의 결혼에 대한 조언을 들어봐 주길 바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고민하는 결혼 안 한 지인들에게 하던 말이 있다.

"인생 쉽게 가려면 결혼하고 어렵게 가려면 혼자 살아."

절대 결혼하지 말라고,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다시 태어나면 무조건 결혼 안 할 거라고, 결혼 안 한 너네들이 너무 부럽다고 울부짖는 일반적인 유부남들이 하는 말과는 사뭇 다른 조언에 사람들은 한 번 더 귀를 기울인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일단 남들 다 하는 거니까. 나는 그냥 많은 사람이 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그 이유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야."

"결혼 생활이 힘든 건 맞지만 어찌 됐든 간에 집에 가면 항상 누군가가 있잖아. 지금이야 우리가 젊고, 돈도 벌고, 놀 것도 할 것도 많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니지만 사실 그것도 일이라고. 그것도 많은 체력과 에너지와 돈이 드는 일이야. 시간이 갈수록 우린 매력을 잃을 거고 그 매력 지키랴 건강 지키랴 직장에서 경쟁하랴 그 와중에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너 머리숱 만다고 머리 잘 감지도 않고 감고 나서 제대로 말리지도 않지만 어느 날 갑자기 머리까지 빠져봐. 여자들이 머리 빠진 남자 싫어할 거 같지? 아니야. 싫어하지'도' 않는데. 아예 관심 자체를 안 갖는다고. "

요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다만 나는 결혼해놓고 남 결혼 못 하게 한다는 욕은 듣고 싶지 않아서 다소 조심스럽게 표현한다.

"우리 정도 나이에, 우리 정도 벌이면 결혼을 안 하는 것도 아주 나쁘진 않은 거 같아."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 안 한다 안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 봐봐. 결혼할 사람은 다 했어. 안 하는 사람들이 눈의 띄고 회자된다는 건 그만큼 희귀하다는 거야."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 뭐가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거 같진 않고 둘 다 똑같이 중요한 거 같아. 우선 네가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결혼을 안 한 상태로 (살아)남았다는 건, 어떤 이유와 사연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너는 결혼에서 오는 장점보다 결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장점을 더 크게 평가하는 사람이야. 집값이라거나, 육아에 대한 부담같이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댈지 모르겠지만 결혼하는 사람들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거든(물론 자유로운 사람들도 있긴 있겠지만). 넌 그냥 너 혼자 있으면서 자유롭게 놀고 다양한 사람 만나는 그런 자유가 더 좋은 사람인 거야. 그거 억지로 포기하고 결혼하면 행복하겠어? 자유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모를까. 근데 그게 제일 어려운 거 알지?"

"다른 이유는 애를 키우는 게 너무너무 너무 힘들기 때문이야. 네가 딩크라 결혼해도 애는 절대 안 가질 거라면 상관없어. 다만 결혼하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한 명은 낳아야 된다는 주의라면 현실적으로 우리 나이에 그걸 시작해서 겪는 건 너무나 가혹해. 나는 어쩌다 보니 30대 초반에 주위 사람들보다 먼저 아빠가 돼서 육아라는 게 그렇게 힘든 건 줄 몰라서 했다고 하지만 만약에 30대 중반 이후에 처음으로 그걸 하라고 하면 못 했을 거 같아. 단순히 몸이 늙어 체력이 달려서 더 힘든 것도 있었겠지만, 사람이란 나이가 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 법이거든.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 모든 사람들도 더 늙어있을 거라고. 30대 초반에 비해 30대 중반의 인생이 얼마나 복잡하고 신경 쓸게 많겠어. 그 모든 걸 짊어지고 육아를 처음으로 겪는 건 정말 힘들 거 같아."

(써놓고 보니 전혀 조심스럽지 않네... 미안하다 친구들아...)

나는 상당히 진지하고 현실적으로 조언한다고 하지만 이런 조언들이 결혼 안 한 지인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진 못 한다. 이런 조언들은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인데 크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결혼 안 한 사람들에게 당장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지'가 남아있다.

예전에는 '네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3가지만 고르고 나머진 포기해라' 이론을 심심찮게 설파하곤 했다. 내가 26살 때 나보다 회사 선배가 말해준 방법이었는데 나는 심히 감동하여 실제로 결혼생활에 진지하게 활용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배우자에게서 원하는 모든 조건을 적는다. 외모, 집안, 학력, 능력, 재산, 건강 등등.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많이 적는다. 그러고 나서 그중에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3가지만 고른다. 만약 본인의 조건이 '객관적으로' 좋다고 판단되면 한두 가지 더 봐도 무방할 듯하다. 세 가지든 네 가지든 고르고 나면 그 외 종이에 적어둔 다른 조건들은 무조건 포기한다. 그러고는 평생 동안 배우자에게 그 포기한 조건들에 대해서는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요즘에도 종종 이 이론을 소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주로 30대 초반보다 그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만 한다. 30대 중반보다 더 나이가 된 사람들은 이미 눈이 높아져서 이런 조언이 먹히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결혼을 하고 실제로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포기했던 조건들에 대해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지 몸소 겪어보니 예전만큼 쉽게 하기 힘든 조언이 됐다.

대신 다른 조언들이 몇 개 생겼다. 하나는 결혼에 있어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반드시 그걸 해결하고 넘어가거나 만약 그게 안되면 잠시 시간을 두고 그 결혼을 재고하라고 말한다. 언제까지? 그 문제가 더 이상 본인의 마음속에서 문제가 되지 않고 앞으로 평생 문제 삼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까지. 모든 조건이 맞아서(실제론 맞아 보이는 거겠지만) 결혼해도 막상 살다 보면 힘든 게 결혼생활이다. 시작도 전에 해결이 안 될 것 같은 문제가 있다면, 그 길은 너무나도 험난할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조건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세상엔 그런 상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상대를 만나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까. 하지만 이 글을 진지하게 읽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제까지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지 못하는 결혼 생활의 변수가 있다. 바로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배우자도 변하고 본인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많은 이들이 쉽사리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애를 갖기 싫다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애를 갖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결혼 전에는 다자녀에 합의를 해놓고 결혼하고 나니 막상 갖기 싫다고 할 수도 있다. 결혼 전과 후에 성격이 변하는 사람, 말이 변하는 사람은 수두룩하다. 성관계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다. 연애할 때는 안 그러다가 결혼 후에 배우자의 거부로 리스로 살거나, 결혼 후에 성욕이 폭발한 배우자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항상 있다.


특히 애가 태어나고 부부가 부모가 됐을 때 본인도 몰랐던 본인의 모습이 나온다. 청결에 대해 다소 관대했던 사람이 아이를 위해서는 병적으로 집착할 수도 있고, 세상 욕심 없던 사람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저런 욕심이 생길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원래 우리 안에는 이런 면과 저런 면이 다 있는데 상황이 바뀜에 따라 내 안에 있던 다른 성격이나 성향이 발현이 되는 게 아닐까.


또 하나의 변수는 우리가 배우자에 대해 정확히 모르지만 대충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진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가령 배우자가 어마어마한 재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혼했더니 알고 보니 빚더미라거나, 집안 내력으로 건강이 안 좋은데 그걸 말하지 않다가 결혼하고 나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두 경우 사람들은 배우자에 '속았다'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며 심각할 경우에는 이혼까지 고민하게 된다. 심각한 문제가 있더라도 결혼 전에 알면 문제가 되지 않고 아주 사소한, 문제라기도 하기 그런 결점도 모르고 결혼하면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한쪽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굳이 말하지 않았고 만약 상대방이 물어봤으면 사실대로 말해줬을 그런 일이 상대방에는 매우 치명적인 일이고 숨길 의도는 없다고 하더라도 말하지 않은 건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일반적인 부부의 90% 이상이 좋든 싫든 간에 이 과정을 겪는다고 믿는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자에 대한 조건을 따질 때 그게 무엇이든 가능하면, 본인에게 중요한 조건일수록 확실히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집안에 돈이 좀 있는 거 같아'라거나 '결혼하면 시댁 또는 처가에서 육아를 도와줄 거 같아' 하는 '~같아'는 절대 금물이다. 본인의 인생이 걸린 만큼 누구보다 진지하게 파악한다고 했겠지만, 지레짐작해놓고 막상 결혼해보니 생각하는 거와 다른 경우 정말 많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우자의 조건을 따질 때는 '평균적으로 빠지는 데가 없는 사람이야'보다는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압도적이어서 이 사람 아니었으면 그런 사람을 못 만났을 거야' 하는 장점을 가진 배우자를 추천한다.

예전에 어느 30대 일반인 남자가 쓴 글을 읽었다. 자신이 수많은 결혼을 봤지만 진심으로 신랑을 부러워하는 경우는 딱 다섯 가지밖에 없었다고 한다. 신부가 정말 이쁘다거나, 어마어마하게 몸매가 좋다거나, 10살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어리다거나, 신부의 연봉이 신랑의 연봉의 몇 배가 된다거나, 집안에 범접 불가한 재산이 있다거나. 이 외에는 전혀 신랑을 부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저렇게 결혼하느니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남자들의 솔직한 마음이라는 글이었다.

한 번 본 글인데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뭐든지 남들이 갖기 힘든 한 가지만 가진 배우자와 결혼하면 부럽다는 것이다. 다만 나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기가 왔을 때 결혼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억제제로서 추천하는 바이다.

사람들은 결혼하고 나면 (결혼 전에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평가절하하게 된다.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주위의 이성에게서 배우자가 지니지 못한 장점이 유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권태기가 온다거나, 부부 싸움 잦아지면 배우자에게 불만인 단점과 정반대의 장점을 지닌 이성들만 눈에 보이게 된다. 그리곤 비교하게 된다.

'내 남편도 저렇게 남성다웠으면.'

'내 와이프도 저렇게 말 좀 이쁘게 했으면.'

'내 남편/아내의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버린다.

이때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배우자의 압도적인 조건이 그 역할을 해준다. 아무리 싸워도 배우자가 너무 잘생기거나 이쁘다면, 싸우다가도 배우자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다른 잘생기거나 이쁜 이성에 끌려 다른 마음을 품다가도 배우자가 엄청나게 돈을 벌어온다면, 그 돈으로 누릴 수 있는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서라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게 된다.

'내가 이 사람이랑 헤어지고 나면 이 정도로 잘 생긴 / 이쁜 / 돈 잘 버는 / 착한 / 아이에게 잘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잃어버린 본전에 대한 두려움과 '이 사람도 사람인지라 이런저런 단점은 있지만 이거 하나만은 내 짝이 진짜 최고지.' 하는 생각이 결혼생활에 위기가 왔을 때 다시 한번 '그래. 내가 한 번 더 져준다'하고 넘어가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일반적인 결혼생활에서 유효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결혼이란 조금 또는 많이 다투고, 이혼하니 뭐니 하다가도 다시 사랑하고 어떻게든 같이 살아갈 노력을 하고자 하는 부부들을 의미한다. 이런 이야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맞지 않는 부부라면 압도적인 조건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인가.)

많은 기혼자들이 결혼에 대해 모든 걸 안다는 듯이 말하지만 사실 몇 명 빼고는 대부분의 기혼자들도 기껏해야 결혼생활을 한 번 밖에 겪어보지 못했다.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다. 톨스토이의 말마따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 행복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한 법. 결혼 생활은 부부마다 다 제각각의 사정이 있기에 그 누구의 조언도 다른 누군가에게 답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혼자에게 단 하나의 조언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철저히 따져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결혼에 있어 계산하고, 배우자에 대해 따지는 건 결코 속물적인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렇게 따지면서 살아가고 있다. 인생이란 지나고 보면 어쩔 수 없이 후회하게 되어 있다면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최소한 오답을 피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기회비용이 큰 선택일수록 따져야지만 본인의 선택에 책임질 힘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을 따르는 게 최선이다.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몰라서 다들 그렇게 고민하는 거겠지만, 그렇다고 남들 하는 말에 휘둘려 결정하는 건 최악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글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보고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 그만이다. 결혼이 쉽고 혼자 사는 게 어렵다는 말도 나는 이미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한 사람이기에 결혼이 쉬운 이유와 혼자 사는 게 어려운 이유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반대의 이유를 찾거나 만들면 된다.


인생의 수많은 요소들처럼 결혼할지 말지, 하면 누구와 할지도 결국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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