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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16. 2021

당신은 이 글을 읽고 로또를 사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주일에 한 번 돈벼락을 맞을 기회가 주어진다. 단 돈 천 원이면 된다. 우리 인생에서 이렇게 공평한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이번 주에 안 되면 다음 주에, 다음 주에 안되면 그다음 주에, 우리가 살아있기만 하면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다. 나는 로또 예찬론자다. 진인사대로또*라는 말을 혼자 만들어냈고 혼자 실천하며 살아간다.


(*) 진인사대로또 :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고 로또가 되기를 기다림.  

 

입사하고 거의 매주 로또와 연금복권을 샀다. 매주 로또 5천 원, 연금복권 5천 원, 총 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한다. 좋은 꿈을 꾸면 기꺼이 몇 만 원을 투자하기도 한다. 몇 년 간 회사에서 가까운 로또 판매점에 가서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곤 했으나 얼마 전부터는 매일 천 원씩 일주일에 다섯 번에 걸쳐 로또를 산다. 로또에 정성을 더하고자 하는, 그러니까 진인사하고자 하는 나의 소중한 의식이자 고도의 전략이다. 로또에 대한 나의 진정성은 찐이다.

 

로또를 향한 진지한 내 모습에 아내는 로또 되면 뭐 할 거냐고 묻는다. “죽을 때까지 일 안 하고 놀 거야.” 그럼 아내는 로또 돼봤자 얼마 한다고 평생 일을 안 해 압박 면접을 걸어온다.

 

아껴 쓰면 돼. 내 연봉이 얼만지 알아? 대기업 10년에 대충 육천이야. 한 달 실수령이 얼만지 알아? 대충 사백이야. 일 년에 실수령으로 사천팔백이지. 내가 이제까지 10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통장에 꽂힌 돈이 얼만지 알아? 그건 비밀이야. 우리나라 로또는 로또 같지 않아서 당첨자도 많고 당첨금도 적지만 그래도 1등이면 아무리 적어도 십억은 넘어. 세금 떼고 실수령으로 통장에 십억 꽂힌다고 치자. 십억 고스란히 은행에 넣어두고 금리 2% 치면 일 년에 이자로 이천만 원이야. 나 한 달 카드 값 백만 원 안팎 나오는 거 30만 원 이하로 줄이고, 특별히 아프거나 사고만 안 치면 이자 받으면서 조금씩 원금 갉아먹으면서 사는 거지. 무엇보다 네가 십억이 얼마나 큰돈인지 감이 없어서 그런 소리 하는 거야.

 

아내는 그래. 그래라. 네가 로또 되나 봐라라는 눈빛으로 면접 종료를 알려온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다. 평생 일 안 하고 노는 건 불가능하다고 쳐도, 로또가 되면 일단 놀고 싶다. 여행을 간다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먹고 놀고 싶은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이 집에서 놀고먹고 싸고 흥청망청 시간을 낭비하고 싶다. 회사를 관두고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 마냥 100,000,000원이 꽂힌 통장이 마르고 닳도록 마이 프레샤스, 마이 프레샤스 하면서 걱정 근심의 진공상태로 최소 3년은 허송세월 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 뭘 할지는 실제로 그러고 난 뒤 생각하고 싶다.

 

로또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살면서 한 번도 나 자신을 행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길거리에서 돈을 주워 본 적도 없고, 동네 마트에서 매월 하는 경품 행사에서 상품을 탄 적도 없다. 출장 다닌다고 비행기를 그렇게 많이 탔는데 단 한 번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된 적도 없다. 수도 없이 요행을 바랐지만 다 한 번도 그 바람이 이뤄지진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곤 못하겠지만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을 만큼은 열심히 살았다.

 

쉬지 않고 노력해야만 하는 그런 대가 말고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행운을 원한다. 일반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외모를 타고난 연예인, 태어나 봤더니 재벌 2세,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운동선수나 예술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한 번쯤은 운 벼락을 맞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으니 지금까지 쌓아온 마일리지처럼 크게 한 방 맞아보고 싶다.

 

그러면 나도 왠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 로또가 된다는 건 나 자신 말고 다른 사람 말고 운명이든 신이든 세상이든 이 세상을 운을 관장하는 그 무언가한테서 나도 특별한 운이 있음을 인정받는 일종의 증명이라고나 할까*. 


(*) 내가 로또 1등이 된다면 가족 말고는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은 거랑은 좀 다른 느낌이다. 가족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놀려면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 둘러둘러 이야기했지만 한 마디로 하면 나도 살면서 날로 좀 먹고 싶다는 거다. 이왕이면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며, 심지어 금전적으로 내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그런 것. 그런 게 당장 내 주위에는 로또밖에 없다. 


그런 행운을 얻기 위해 로또에 정성을 더한다, 진인사를 한다 등 방귀 같은 말들로 정신무장을 해가며 매일 로또를 사고 있다. 로또신이 들을까 봐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매일 로또를 사러 간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보통 부지런함과 의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야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하는 거란 말이다(물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근무시간에 짬을 내서 하려고 노력한다는 건 인지상정).

 

이 글을 읽으신 분은 밑져야 본전인 셈으로 로또를 사 보시길 바란다. 그렇게 로또를 사신 분들 중에서 꼭 로또 1등이 나오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엄청난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며, 맹세코 우리 가족 말고는 내 입으로 알려준 사람은 없다. 내가 가르쳐줬는데 그 사람이 로또가 되면 너무 속이 쓰릴 것 같아서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 사실은 바로 로또와 연금복권은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방법은 포털 사이트에서 '로또 온라인'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알려드리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배 아파하지 않아 할 대인배가 돼서가 아니라 이런 기회의 베풂이 업보로 쌓여 나에게 로또 1등이라는 선물로 돌아오게 하려는 또 하나의 고도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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