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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6. 2021

엄마의 종교

우리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엄마를 교회에 전도한 건 나였다. 나도 중학교 때까지 독실한 신자였다. 매일 방에서 성경 책을 읽고 찬송가를 불렀다. 


고등학생이 될 즈음 기독교는 물론 어느 종교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무조건 믿어야만 하는 종교에 조건을 따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무조건은 없다는 믿음은 기독교는 물론 어떠한 종교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엄마의 신앙심이 생각보다 깊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난 그 맹목성을 납득하지 못했다. 우리 엄마처럼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게 됐지? 

 

지금이야 (비교적) 궁금해도 안 물어보고, 말할 수 있어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말할 건 말해야 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하나님을 깊게 믿게 됐어?"

"너도 나중에 애 낳아봐라.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잘 되든 못되든 아프든 뭘 하든 내 노력으로 할 수 있고 내가 감당하면 돼잖냐. 근데 너랑 네 누나는 밖에 내놓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래서 매일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었어." 

 

요즘 우리 딸을 보고 있으면 불현듯 엄마의 말이 떠오르며 맹목적으로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기도가 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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