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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Feb 16. 2021

완벽한 하루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세월의 풍파로 내면에 차곡차곡 쌓은 각종 정신병들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했는데 효과가 꽤 좋다. 명상 자체에 강박이 생겨 까먹고 명상을 안 하는 날에는 괜히 불안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강박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마음 챙김 명상이라는 앱을 활용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유료 결재한 앱인데 상당히 만족한다. 출퇴근길에 하는 명상, 중요한 발표/면접을 앞두고 하는 명상 등 상황별로 명상 방법을 안내해 주는데 그중에서 ‘침대에서 눈뜨자마자 하는 짧은 명상’을 아침마다 챙겨서 하려고 노력한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날 가장 좋은 일을 상상해 보세요. 큰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가 오늘 하루 나에게 새롭게 펼쳐진 이 시간 동안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 챙김 명상 앱 마보 '침대에서 눈뜨자마자 하는 짧은 명상' 중)


명상 막바지에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날 가장 좋은 일을 떠올리라고 한다. 그때마다 매일 밤 아홉 시에 결의에 찬 눈빛을 주고받는 나와 아내를 떠올린다.


"할까?"

"지금?"

"하자."


그때부터 우리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우리 딸 재울 준비에 들어간다. 딸 ‘기저구’를 갈고, 윗니 2개 아랫니 4개부터 입천장, 입안 볼때기, 혀, 입천장까지 ‘치카치카'를 한다. 딸은 치카치카 하는 우리 손가락을 꽉 깨물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마지막으로 딸이 잠들면서 먹을 ‘맘마’를 탄다.


그렇게 ‘넨네’ 준비를 마친 딸을 안고 나는 안방에 들어와 침대 안쪽에 딸을 눕히고 그 옆에 눕는다. 딸은 내 옆에서 울다가 웃다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가 뒹굴었다가 내 몸 위에 올라왔다가 내려갔다가 벽에 머리를 박았다가 몸을 박박 긁었다가 어느 순간 스르르 잠이 든다. 어떤 날은 우리 딸이 잠드는 순간 생기는 미묘한 숨소리의 변화가 귓가에 맴돌 만큼 명상 속으로 빠져든다.


온전히 만족스러웠던 하루가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생각해 본다. 까마득하다. 언젠가부터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급급해하거나 불행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무탈한 게 최고라는 그저 그런 어른이 돼버렸다.

 

내 인생의 완벽한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요원하게 느껴지지만, 매일 밤 나만의 '완벽한 하루’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루’는 우리 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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