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을 내주고 실리를 챙긴다

by 고베리슬로우

부모님이 우리 집에 와 있을 때였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안방 침대에 잠시 몸을 뉘었다. 거실에 있던 아내에게 3분만 허리 마사지를 해달라고 방으로 불렀다. 그 말을 들은 아빠가 화들짝 놀랐다.


"아니, 이런!! 밖에서 열심히 돈 벌어오는 사람한테 마사지를 시킨다고!!"


이미 침대에 파묻혀 마사지를 받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아빠가 그 말을 할 때 아내의 표정을 보진 못했다.


얼마 뒤 부부 동만 모임이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으레 나오는 시댁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역시 설거지를 마치고 뒤늦게 대화에 낀 나는 아내한테 마사지를 시켜서 아빠한테 한 소리 들은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했지만 그 말을 하는 아내의 눈은 위안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웃고 있었다.


"야. 다른 남편들은 나처럼 마사지를 부탁하지도 않아."라고 말은 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 아는 건 지식이지만 아는 걸 말하지 않는 건 지혜라고 했던가.

그렇게 나와 아내와 시아버지가 모두 승자가 된 훈훈한 이야기였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아내에게 미쳤냐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