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워킹
근래 며칠 동안 코로나 관련해서 나에 대한 사람들의 두 가지 반복적인 반응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말에 "정말!?!? 나 코로나 검사 한 번도 안 받은 사람 진짜 오랜만에 봐!!"였다.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았다. 작년에는 거의 집 밖을 나가질 않았고, 올해도 육아휴직한다고 회사조차 가지 않았다. 밖에 잘나가질 않으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할 일도 없었다. 와이프와 아이들은 나보다는 많이 밖에 나갔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거의 돌아다니지 않은 편이다. 거기에 운이 좀 좋았는지 내 가족도 한 번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일이 없었다. 게다가 작년 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열이 난 적이 없어 딱히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을 일도 없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한다고 말에 "2차 맞는 거예요?"였다. 아니다. 2차가 아니다. 나는 버티고 버티다 오늘 드디어 1차를 맞았다. 백신 부작용이 무서웠다. 허구한 날 백신 부작용, 돌파 감염 이야기만 들리는 언론 탓도 크겠지만 어쨌든 체감적으로도 코로나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병인데 반해 백신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다들 괜찮을 거라 하고, 내 주위 사람들도 나 빼고 거의 다 맞았지만 만에 하나 백신 부작용이 나한테서 나타날까 봐 무서웠다. 내가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어떠한 불행이 발생할 확률이 1%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발생한 당사자에게는 100%니까 말이다.
어쨌든 맞았다. 지난주 금요일 질병관리청에서 모더나를 맞을 거라는 문자가 왔다. 최근 모더나가 화이자보다 항체가 많이 생긴다는 뉴스를 많이 접해서 내심 화이자보다는 모더나를 맞고 싶었는데 마침 모더나가 배정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음도 잠시. 나보다 이틀 뒤에 1차 백신을 맞는 와이프도 모더나가 배정됐는데 와이프가 모더나 맞은 사람이 지인 중에 아무도 없다며 무섭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 나도 괜스레 겁이 났다. 과연 내 주위에도 모더나를 맞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머리로는 백신이 확보되는 시기와 접종 시기의 시차 때문이겠지 생각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난 화이자만 맞을 거야. 왠 줄 알아? 대기업이잖아." 우스갯소리로 넘겨들었던 친구의 말도 갑자기 선견지명처럼 느껴졌다.
오늘 백신을 맞는다고 지난주 일주일 내내 금주를 했다. 접종 전날만 안 먹으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하냐, 천년만년 살 거냐는 지인들의 말에 나는 "겸사겸사 이번 기회에 디톡스 좀 하려고" 답했다.
사실 2주 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다소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 리포트에 오른쪽 눈 시신경 손상 소견이 있으니 빨리 전문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으라는 내용이 있었다. 잉? 이게 뭐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신경 손상을 검색해 보고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신경이 손상되면 녹내장으로 발달될 수 있으며, 녹내장이 심화되면 실명에 이르게 된다.'
녹내장. 안 그래도 예전에 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백내장과 녹내장의 차이점을 알아봤다. 이런저런 복잡한 내용이 있었는데 난 그런 거 다 무시하고 그냥 '백내장은 수술하면 낫고, 녹내장은 걸리면 실명이다'라는 말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녹내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 찰나에 '앞이 안 보이면 화장실도 잘 못 가나?'라는 생각과 함께 화장실을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마저 상상이 됐다.
그 후 두 번에 걸쳐 서로 다른 안과에 방문했고 정밀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도 녹내장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 손상은 맞으나 그 외 어떠한 증상도 없었다. 괜찮다는 말은 들었지만 막 마음이 놓이진 않았다. 잘 지켜주지 못한 눈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충격을 받은 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당분간 건강을 챙기기로 했고 근 시일 내에 코로나 백신을 맞으니 겸사겸사 금주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드디어 맞이한 백신 접종일. 아침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카톡이 시끄러웠다. 컨디션은 어떠냐, 몇 시에 맞냐, 뭐 맞냐 등등. 나는 지인들의 카톡에 답하면서 강아지 산책을 했다. 혹시라도 백신 맞고 나서 앓아누우면 우리 강아지가 저녁까지 산책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리 강아지는 집 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는다. 밖에서만 대소변을 보기 때문에 반드시 하루에 두 번씩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집안에 백신 맞고 잘못된 사람이 있나? 생각할 정도로 난 백신 후유증 공포에 대해 진심이었다. 접종 당일은 샤워를 안 하는 게 좋다고 해서 강아지 산책 후 경건한 마음을 얹어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섰다.
접종 병원에 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접수를 하고 예진표를 작성하고 금방 맞겠지 했는데 접종 예정 시각보다 약 15분 정도 대기를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백신 주사를 맞았는데 맞는 건 채 2초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응? 주사를 꽂기는 했나? 싶을 정도였다. 지난 주말 소아과에 가야지 주사 살살 놓아 준다는 친구의 말에 '아 왜 이제서야 알려줬냐고' 했던 말이 너무나도 무색하리만큼 후딱 지나갔다.
병실 밖에 나와서 접종 확인서를 받고 20분 대기를 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도 안 들다가 한 10분 정도 뒤에 온몸의 혈관으로 뭔가 '화~'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수면 내시경 할 때 수면 약이 투여될 때 드는 느낌 같았다. 그 외에는 다른 통증은 없었다. 오늘 하루 내내 잠깐잠깐 주사를 맞은 팔에 힘을 주면 약간 통증이 있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심각한 후유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 상태를 듣고 누구는 모더나는 당일은 안 아프고 다음날 아프다고 그랬고 또 누군가는 1차는 안 아프고 2차 때 아프다는 말들을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둘 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만약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모더나 접종 후유증에 대해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집에 와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점심을 시켜 먹고 한숨 잤다. 접종 맞으면 잠이 쏟아진다고 말하는 지인도 있었는데 솔직히 접종 때문인지 배가 불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잘 잤다. 저녁 먹고 쉴까 하다가 몸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강아지 저녁 산책도 다녀왔다.
이제 슬슬 자려고 하는데 내일 출근을 할지 재택근무를 할지 고민 중이다. 보통 이틀 휴가를 쓰려고 목요일에 백신 접종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나는 (몸이 안 좋으면) 당당하게 더 많이 쉬려고 월요일에 접종을 했다. 진담반 농담반으로 '백신 후유증이 심하면(또는 심하다고 하고 ㅋ) 수요일까지 쉬어야지' 생각했다. 근데 생각보다 몸이 너무 멀쩡하니 털 난 내 양심조차 일말의 찔림을 느끼고 있다. 일단 내일 일어나서 결정해야겠다. 내일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몸이 안 좋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더나 백신의 부작용 또는 후유증은 만약 추가로 발생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다. 만약 그에 대한 추가적인 글이 없다면 없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