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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1. 2022

즐거운 점심식사 윗 장인어른

얼마 전 나는 부산 출장을 가고, 아내도 저녁까지 일정이 있어서 장인어른이 진주에서 올라오셔서 애들을 며칠 동안 봐주셨다. 출장과 야근으로 장인어른과 제대로 식사도 한 번 하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가시는 날 점심을 함께 하기 위해 아내와 장인어른이 회사 근처로 왔다. 고생도 하셨고 오래간만에 서울에,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가장 많은 맛집들이 모여 있는 종로에 오시는 만큼 맛있는 걸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아내와 함께 뭘 먹으면 마쓌을까!! 고민하다가 가기로 한 곳은 바로, 우↗ 래↖ 옥 ↘♀↘!!


(*) 우↗ 래↖ 옥 ↘♀↘ : 판유걸 자기소개 참조.  


우래옥이라 하면 5년 전. 아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둘이서 일요일 점심에 가서 불고기와 평양냉면을 먹으며 "우래옥에서 이렇게 고기 먹고 있으니까 성공한 거 같아."라고 말했던 바로 그곳. 그만큼 고기 값이 비싼 그곳!! 아내는 엄청 유명한 곳이라고 했지만 난 그때 처음 가보고 이번에 장인어른과 간 게 생애 두 번째였다.


점심시간 우래옥은 대기가 끊이지 않을 만큼 붐볐다. 장인어른과 함께 온 만큼 우리는 당당하게 등심 3인분과 육회를 시켰고 속으로 '고기 먹는 테이블이 또 있나?' 생각하면서 스리슬쩍 주변 테이블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고기를 먹고 있지 않았다. 괜히 혼자 우쭐했다.



ㄷㄷ.. 가격이.. 하지만 소인에겐 아직 장카(장인어른 카드)가 남아있었습니다..!!



래퍼 곡선이다. 아직 기억이 나다니,, 주입식 교육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요즘 임금체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아내에게 경제학도로서 짧은 강의를 해줬다. 세율을 높이면 어느 수준까지만 세수가 늘어나고 일정 수준이 높아지면 오히려 납세 저항이 생겨 세수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 임금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넘으면 오히려 떨어진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내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아내는 세수가 뭐냐고 물어봤다. 세수가 뭐긴 뭐야 얼굴 씻는 거지 하고 고기 굽는 걸 구경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나와 장인어른은 평양냉면을, 아내는 육개장과 김치말이 국수 중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김치말이 국수를 시켜서 입가심(?)을 했다. 아내는 연신 맛있다고 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원래 평냉이 밍밍한 게 맛이라지만 이건 너무 난데없이 밍밍했다. 내 스타일이 아닌 평냉을 다 먹어치우고 아내가 남긴 김치말이 국수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오늘 저녁 뭐 먹지?" 그랬다. 아내가 놀라는 눈빛으로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하면 돼지라 그랬는데..." 돼지한테 돼지라고 해서 아무 느낌 없었다. "왜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부르지." 하면서 김치말이 국수를 마저 먹었다. 



김치말이 국수와 평양냉면. 김치말이 국수 속에는 밥이 말아져 있다. 잘 못 들어간 줄 알고 일하시는 분 불러서 물어봤다. 이게 맞는 거냐고. 이 글을 읽으신 분은 그러지 마시길..


대접해드리고 싶었는데 장인어른께서 먼저 나가셔서 카드를 긁으셨다. 나오면서 여쭤봤더니 대략 30만 원 나왔다고 하셨다. 장카FLEX.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님. 먼 길 오셔서 애들도 봐주시고 비싼 점심도 사주셨으니, 다음에 서울 올라오시라고 하면 바쁘다고 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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