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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를정한일 Jan 23. 2022

생긴 대로 드시는 거 같은데요

후배가 밥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겨 물어봤다.


"혹시 날 보면서 '쟤는 저렇게 먹는데 살이 생각보다 안 찌네?' 그런 생각 들 때가 있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후배는 잠시 입안의 음식을 씹기를 멈춘 채 나를 쳐다봤다. 뇌가 잠시 멈췄거나, 아니면 풀가동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였으리라.


"나는 대리님 보면 '저렇게 먹으니까 살이 안 찌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반대로 대리님이 날 볼 때 어떤 생각을 하나 싶어서요."


후배는 '아, 무슨 말인가 했네. 뭐 그리 쉬운 질문을. 풋.'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생긴 대로 드시는 거 같은데요*."

"응? 생긴 대로?(ㅋㅋㅋㅋ)"

"(ㅋㅋㅋㅋ)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정말 잘 드신다는 생각을 하죠. 저번에 둘이 중국집 가서 탕수육 시키고 각자 음식 시킨 다음에 짜장면 한 그릇 더 시키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마음먹고 먹으려면 엄청 먹겠구나 생각했어요."


(*) 그땐 말 못 했지만 생긴 대로 먹는 게 아니고 먹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긴 게 아니었단 말이다.


우리 팀에서 나와 가장 밥을 자주 먹는 후배와 점식식사를 하면서 나눈 대화였다. 그 후배는 나보다는 키가 아주 조금 작지만 몸무게는 거의 30kg 덜 나간다. 최근 며칠 그가 식사하는 패턴을 자세히 관찰했다. 어떻게 먹으면 저렇게 살이 안 찔 수 있을까 매의 눈으로 그를 분석한 것이다(충격적인 분석결과 개봉박두)!! 


(사실 식습관보다 더 중요한 건 타고난 체질이다. 나는 영유아 때부터 과체중이었고 인생을 과체중 아니면 비만 둘 중 하나로 살아왔다. 후배는 평생 살 쪄본 적이 없다. 다만 체질 탓만 하면 결국 생겨먹은 대로 살다 죽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으므로 타고난 체질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후배는 음식을 가려서 먹지 않는다. 적게 먹지도 않는다. 빨리 먹는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눈에 띄게 천천히 먹지도 않는다. 딱히 많이 씹지도 않고 적당히 씹고 삼켰다. 결국 먹고 싶은 거 마음껏, 그것도 적당한 속도로 먹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살이 찌지 않기 위한 식습관, 천천히 먹기, 적게 먹기, 많이 씹기 등등 그런 건 하나도 지키는 게 없었다 


그렇다면 그와 나의 차이는 뭐였을까(몰라서 묻는 거 아님). 그의 식습관을 분석하며 깨달은 사실. 후배가 식사를 하는 똑같은 시간 동안 내가 후배가 먹는 양의 두 배 이상을 먹고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먹고도 나는 별로 배가 부르지 않았다는 것!! 


그렇게 먹어서 결국 이렇게 됐다. 


현대 해상에 다니지 않습니다

91.86kg. 훗. 


나름 빡세게 관리하는 편인데도 이렇게 되다니. 100kg 되면 어떡하지 싶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결심했다. 맛없는 걸로 배 채우지 않겠다고. 똑같이 살찔 거면 맛있는 것만 먹겠다고!!!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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