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쇼트트랙이 이렇게 변수가 많은 스포츠인 줄 이번 올림픽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선수의 실력 외의 모든 요인을 운이라고 했을 때, 운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이렇게나 운이 중요한 스포츠를 본 적이 있나 싶었다. 빙질, 심판의 판정, 조편성, 옆 사람의 전략 등등. IOC는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최대한 억울한 선수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쇼트트랙이 얼마나 '억울한' 스포츠였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선수들이 압도적인 실력으로 세상을 재패할 때는 금메달이 너무나도 쉬워 보였다. 뒷짐 쥐고 설렁설렁 쓰윽 쓰윽 나아가는 선수들의 자세도 한몫했으리라.
우리나라 선수들이 못해진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쇼트트랙 실력이 상향평준화가 된 것 같다. 사실 이는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그래서 더 멋지고 그래서 더 짜릿하다.
[올림픽]
예전에는 올림픽을 하면 종합순위가 가장 궁금했다. 우리나라가 메달을, 그중에서도 금메달을 몇 개 땄는지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다.
이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종합순위 따위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보다 순수하게 선수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지금 저 자리에 서기까지 노력했던 것들에 대해 보상을 받기를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그저 인간으로서 바라고 응원하게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했을 때보다 몇몇 국가들의 선수가 나쁜 성적을 냈을 때 괜히 기분이 좋은 느낌도 있다. 나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가 보다. 괜찮다. 내가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