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를정한일 Feb 17. 2022

출퇴근 시대상

산업에 따라, 지역에 따라, 회사에 따라, 직군에 따라,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퇴근 풍토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휴가든 뭐든 출근을 안 하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출근한다 그러면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예전에는 자리를 비우려면 보고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리에 있으려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수한 상황이고 이 상황이 지나가면 과거로 회귀할지 뉴 노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회사는 돌아가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동시에 막상 출근을 통제하니 남녀노소, 직급 불문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출근을 좋아한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정확히 말하면 7개월의 육아휴직을 뺀 17개월 동안 출근한 날이 100일도 되지 않는다. 나는 출퇴근에 낭비하는 에너지가 없고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해야만 했던 불필요한 회의가 사라졌을 때 업무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더 많은 성과를 냈기보다 같은 일을 더 짧은 시간에 처리했다.


달리 말하면, 빨리 일을 끝내고 놀았다. 쉬었다. 누워 있었다. 육아를 했고 청소를 했다. 그 시간들은 회사에 있었다면 산책을 했거나 잡담을 했을 것이다. 법카로 산 커피를 들고 말이다. 회사는 내가 출근하지 않아서 식대와 커피값과 전기세를 아끼면서 동일한 성과를 얻어냈으니 회사 입장에서도 나의 재택근무가 수지가 맞았다고 해야겠다.


나는 재택근무가 코로나가 낳은 최고의, 어쩌면 유일한 긍정적 산물이라 말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처럼 매일 아홉 시에 출근하고 여섯 시에 퇴근하는 문화로 돌아갔으면 좋겠냐 한다면 당연히 돌아가기 싫다. 실제로 올해 들어 조직 개편, 거래처 변경 등 때문에 거의 매일 출근을 했는데 2월 초가 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배부른 소리라 하지 마라. 정신이 글러먹었다고 하지도 마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나는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인증한 최고의 방역 수칙인 외출 자제(=재택근무)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해 적응했을 뿐이다.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는 조건이 코로나의 종결이라면 무조건, 100%, 단 1의 고민도 없이, 기꺼이 예전의 출퇴근 문화로 돌아가고 싶다. '재택근무는 시대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구나' 말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는 일 못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