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원래 내 거야! 너넨 타면 안 되는 거야!!

출근길 에피소드 - 엘리베이터 전쟁

by 고베리슬로우

얼마 전 퇴근길에 있었던 일이었다. 내가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전철역에는 지상에서 지하까지 연결해 주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꽤나 먼 길을 돌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별일 없으면 매일 사용한다. 말 그대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을' 출퇴근길을 편하게 해주는 소소한 포인트다.


엘리베이터 꼭대기 층은 3층이고 제일 낮은 층은 지하 2층인데, 1층에서 한 번 멈출 수가 있다.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요하다면 중요한 문제가 여기서 발생하는데 출퇴근길에 사용자가 많을 시간에는 1층에서는 사람이 타지 못 한다는 것이다. 올라가는 사람도 잘 타지 못 하고 내리는 사람도 잘 내리지 못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을까? 타볼까?' 하다가 한숨을 쉬며 돌아서는 모습을 봤고, 그게 그저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생각하던 즈음.


그날은 1층에 엘리베이터가 열렸는데 자전거를 갖고 계신 분이 있었다. 문이 열렸고 나를 비롯하여 그 안의 (아마) 모든 사람들이 혼자 타기도 힘든데 자전거까지 있으니 더더욱 타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평화' 아닌 '평화'가 깨진 건 찰나였다.


"들어가겠습니다."


그 사람은 무턱대고 자전거를 들이밀었다. 다행히(?) 내가 있던 쪽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모습만으로도 상당히 위협감을 느꼈다.


엘리베이터 건너편에서 "자리 없어요, ", "못 타요.", "다음 거 타세요."라는 말들이 짧은 시간에 연이어 나왔다. 그러면 자전거 주인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미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으니까 천천히 뒤로 물러날 줄 알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들어가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의 행동은 완전 반대였다. 자전거를 던지듯이 밀고 들어왔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놀라면서 위협을 느꼈고, 순간 엘리베이터 안의 고요했던 분위기가 적막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탈 수 있어. 들어가라고!!"


그 사람은 자전거를 퍽퍽 소리 나게 안으로 들이댔고, 윽윽 거리는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재밌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자전거를 갖고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것이다.


"봐봐!! 탈 수 있잖아!!"


그 사람은 울부짖듯이, 그리고 보란 듯이 소리 질렀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12명 남짓한 사람들이 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웅성거림이 만들어졌다.


저렇게 밀고 들어오면 어쩌라는 거야.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왜 저래 등등.


"나 아픈 사람이야!! 이거 원래 내 거라고!! 너네들은 이거 타면 안 돼!!"


분노. 그건 정말이지 분노였다. 다만, 그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순간 고민이 됐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엘리베이터는 분명 건강한 사람들보다는 걷기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분명했다. 엘리베이터 앞에 그렇게 설명도 붙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본의 아니게 겸허해졌다. 내가 괜히 피해를 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행동이 선이 넘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당연히 '내가 직접적으로 그의 자전거에 맞지 않아서 든 생각이지만(아마도 이게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이해가 갔다.


"지가 뭐가 되는지 알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속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어서 두세 명이 더 비슷한 말을 했다. "지 아픈 게 대수야?" "아픈데 어쩌라는 거야. 빨리 타든가."


유치했다. 그냥 어른도 아니고, 나를 포함해서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중장년이었는데 말이다. 난 그저 끝까지 조용히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여전히 매일 2번(출퇴근), 그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서 최소 한 번은 그 사람을 생각한다. 바뀌는 건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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