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혐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날이 쌀쌀해지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목폴라를 입혔다. 아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길 바라던 마음에는 체온과 목 방한의 긴밀한 과학적 설명이 덧씌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어린 나는 목폴라가 싫어서 목 부분을 손으로 조금씩 늘려 입곤 했다. 마치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어 괴로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체 인구의 2~60%가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정식 의학 명칭은 ‘촉각 방어’이며, 원인은 잘 알려지지 않지만, 뇌에서 억제 및 방어를 담당하는 방어적 촉각 시스템과 차별적 촉각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방어적 촉각 시스템이 우세할 경우 일어나는 현상이란 설명이 있다.
어릴 때 발달하는 이런 감각의 방어 현상은 커가면서 사라지지만 목, 구강, 얼굴 등 일부 부위에 그대로 남기도 한다. 실제로는 추위로부터 나의 체온을 유지해주는 목폴라가 마치 내 목을 조를 것 같은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현상. 본능적인 방어기제로서 목에 뭔가 닿았을 때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고 꺼리는 이 증상은 우리네 삶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인종∙계급∙젠더 영역의 꾸준한 차별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이방인 혹은 나와 구분되는 타자가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낯선 감정과 본능적 방어기제를 고려하더라도, 이방인의 작은 손짓을 목조름으로 인식해오던 폭력의 역사는 그야말로 잔인했다. 이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거나 완벽히 구분 지어 구조화시켜온 억압과 배제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끊임없이 차별받아온 피해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그 중 하나가 각기 다른 요소로 차별받던 이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평등에 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작은 목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점차 공감하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실은 나의 목을 조르는 게 아니라 내 체온을 유지해줄 거란 믿음 - 하나, 둘 자진해서 목폴라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부위에 방어 현상이 그대로 남은 이들은 함께 목폴라를 입는 이들을 조롱했다. ‘차별적인 언어 바꿔 쓰기’, ‘소수자집단 우대정책 시행’, ‘대학의 교과과정 개편‘을 주장하는 자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이다. 정치적이라는 곳에 찍힌 방점에는 제한 없는 표현의 자유 옹호와 도덕적인 척 군다는 위선의 시각이 담겼다.
당위에 의한 연대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로 묶음으로서 사회운동가들이 겪는 고질적 문제, 예컨대 반공주의 행태와 포퓰리즘-중우정치 틀짓기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또한 연대 내 발언권과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선결적)등의 논쟁이 붉어지며 공동전선은 안타깝게도 방향성과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현재진행중이지만 말이다.
다원화된 사회는 우리네 삶의 더 넓은 지평을 열어줄 것만 같았으나, 다양한 시각차와 함께 문제 해결의 복잡성이라는 딜레마 또한 주었다. 그 과정에 있어 우리는 촉각방어 증상이 이해받지 못하거나 억지로 입혔을 시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증세가 심해진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목폴라를 입혀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간구가 필요하다. 어릴 적 나를 어르고 달래서 옷을 입히던 어머니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 사람마저도 얼어 죽지 않기를 바라는 따뜻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