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있습니다

me too 를 겪으며

by woohyunjeong

‘김기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입니다. ‘안희정’은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될 만큼 권위 있는 정치인입니다. ‘오달수’는 1000만 영화 제조기라 불리는 씬 스틸러 배우입니다. ‘고은’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를 만큼 한국 문단에 영향력 있는 시인입니다. 신입생 학우들에게 스킨십을 강요했던 선배는 학과에서 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몇은 잠적 또는 자숙을, 몇은 언론의 단죄와 더불어 법적 처벌을, 또 몇은 아직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ME TOO’라는 방아쇠를 당긴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몇은 ‘용기 있다’라는 말을, 몇은 ‘안됐다’라는 측은함을, 또 몇은 ‘사실이 맞느냐’는 무고죄 섞인 비판을 듣습니다.


주변의 누군가는 반대되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며, 주변을 의식해서 개인적 의견을 나선모형의 침묵으로 가라앉혔을 겁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제는 매일 따라다니는 ‘가짜 페미니스트’라는 꼬리표를 저에게 붙이고, 'ME TOO' 운동 또한 참과 거짓으로 구별될 수 있다고 믿을 겁니다.


저는 그들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용기를 가져야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셨나요. 하다못해 누군가는 측은함 마음이라도 갖는데 보듬어 주기위해 일말의 노력이라도 하셨나요. 무고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 은유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으로 힘들었던 피해자의 입장에서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그들은 꼭 ‘사회 속에서 개인과 개인의 복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동의합니다. 합의된 과정을 거쳐 그에 맞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법적 처벌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2차 가해를 입히는 말입니다. 가해의 충동에 빠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 교육을 위한 말, 사회(여론)와 법의 무게감을 느끼기 위한 말로 사용되어야합니다.


‘ME TOO'는 단순히 성희롱과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이 아닙니다. 하나의 전통과 관습처럼 치부되던 성폭력을 넘어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찰, 그 원인에 가장 큰 뿌리를 내린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저항 - 나아가 모든 인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차별받지 아니함에 대해 논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첫 문단에 적힌 가해자들의 수식어를 되짚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이 잘못된 것이라면 교육방식을 바꿔야하고, 문화의 문제라면 문화를 바꿔야하며, 문화가 바뀌어도 행동이 지체된다면 우리의 행동이 바뀌어야 할 것이며, 구조적 불평등이 문제라면 구조를 철폐하고, 신이 애초에 그리 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신의 목을 잘라야합니다. 어느 누구도 특정 요소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여론과 언론, 법에 처벌을 받아야할 사람은 아직 있습니다. 무서워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직 있습니다. 가해자들을 감싸고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아직 있습니다. 그들로서 세상이 영원히 바뀌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직, 있습니다.’ 늘 그랬듯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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