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생일을 앞둔 너에게.
* 이 편지는 지난 9월 22일에 다섯 돌을 앞두고 있는 딸에게 쓴 편지인데 아직도 읽어주지 못했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나에게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역할을 주고
이렇게 큰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준 너는,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 보물이란다.
비록 내가 아직 서툴고 어색하고
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때로는 무섭게 무관심하게 또는
무능력해 보일지 몰라도,
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단다.
어쩌면 앞으로도 너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할지도 모르고
너에게 무리한 성과나 결과를
요구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절대로 너의 실패에
실망하지 않을 거란다.
아빠의 기대는 우리 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가슴 깊은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성공'보다는 '시도'가
훨씬 더 가치 있다는 걸
네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언제나 너의 도전을 응원하고
내 능력껏 지원할 거야
너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축하와 위로를 해줄 거란다.
다만 아빠가 바라는 것은
너의 꿈이 나의 욕심에
가리지 않기를,
나의 능력이 너의 노력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란다.
우리 항상 서로 응원하고,
기도하고, 힘이 되어주는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아빠와 딸이 되도록 하자
사랑한다. 나의 딸 OO아.
아직도 이 편지를 읽어주지 못한 이유는 이 편지를 쓰고 읽고 고치다 보니 이것은 아이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라 나에게 쓰는 각오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 아이의 무슨 생각이나 마음, 행동이 바뀌기를 바라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여기 쓰여있는 대로의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기를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훗날에 내가 이런 아빠가 되었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었을 때, 그때 전해주려고 이렇게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