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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곰돌이 Dec 23. 2020

맛있는 사과.

사랑은 맛있다.

엄마가 없는 주말은 아빠의 독서를 위해 아이들에게 TV 시청이 허용되는 아주 행복한 오전이다. 갑자기 둘째가 말했다.


"사과 먹고 싶어."


TV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주 맛있게 사과를 먹고 있었다.


난 사과를 깎을 줄 모른다.

시계를 보니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었다.


"조금만 참아. 외갓집에 가서 점심 먹을 거야.

외할머니께 사과도 깎아달라고 말씀드려보자."


아이는 잘 참고 기다렸다.


문제는 아이들을 외갓집에 데려다주고 사과를 깎아줘야 한다는 말씀드린다는 걸 깜박하고 왔다는 거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다시 말했다.


"사과 먹고 싶다니까!"




저녁에 돌아온 엄마에게 저녁밥 보다도 사과를 먼저 깎아달라고 하고서는 행복한 표정으로 사과를 음미하던 둘째는 나에게 다가와서 자랑을 했다.


"사과 진짜 맛있다!"

"그래? 그렇게 맛있는 사과 아빠도 좀 줄래?"

"그래!"


둘째는 사과가 담긴 접시를 가져와서는 보란 듯이 말했다


"제일 큰 거 줄게. 자. 아!"


정말 둘째는 제 주먹만큼 이나 크고 그 접시에서 가장 큰 사과 조각을 먹여주었다. 사과는 정말 상큼하고 과즙이 넘치고 아삭하고 달았다.


"우와, 이 사과 정말 맛있다!"


그러자 어느새 제 소파에 앉아서 한 손에 사과가 담긴 접시를 안고서 사과를 먹고 있던 둘째는 자랑스러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맛있지? OO이가 줘서 맛있어!"


나는 "사과"가 맛있다고 했는데,

둘째는 "사랑"이 맛있다고 했다.

  



그 사과는 분명 둘째 아이가 직접 자신이 하루 반나절을 기다리고서야 간신이 얻게 된 소중한 사과 중에서도 가장 큰 조각을 아낌없이 제 손으로 아빠에게 먹여준 사랑 때문에 더 달고 맛있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엄마의 손맛 담긴 음식인 것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가 아들의 손맛 담긴 사과인 것은 같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먹는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


문득 휘성의 "사랑은 맛있다"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연인의 시작하는 사랑을 노래하는 달콤하면서 발라드 황제의 흥겨운 랩이 담긴 경쾌한 노래지만 가사가 일부분 내 마음과 공감이 갔다.

                                                           

"사랑은 맛있어
달 빛 젖은 햇살 머금은
세상의 선물 워 어어어
지켜줄게 아껴줄게
영원의 주문
U Make me  feel brand new
값진 사랑 반쪽을 갈라
서로 나누어
언제나 가슴에 품고서
모든 순간 함께해"


- 작사 휘성 (Realslow)


햇살 머금은 미소를 띠는 우리 아이들, 정말 하늘이 내게 준 세상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아마 모든 부모가 자녀를 영원토록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값진 사과의 한쪽을 나누어 주는 아들의 사랑, 그 사과 한쪽을 아빠는 가슴에 품고서 너희를 위해 산단다. 모든 순간 너희는 내 마음에 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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