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믈레즈나의 블루베리향 홍차
차 이름이 정말 직관적이다.
블루베리 향이 나니 블루베리향 홍차.
지난주에 꽃향기가 풍성한 차를 마셨더니
오늘은 과일향이 나는 차를 마시고 싶었다.
딸기향, 베르가못향, 블루베리향 중에 고민하다가
어제 아들내미가 먹던 블루베리맛 멘토스를
맛있게 나눠 먹었기 때문에 블루베리 향으로 선택.
티백은 차를 우리기 위해
준비할 것이 많이 없어서 너무 편하다
찬장에서 블루베리와 어울리는 잔을 선택한다.
끝.
믈레즈나는 스리랑카 홍차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과일향을 가향한 홍차를 많이 만드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홈페이지를 보다가
"바나나향" 홍차도 있다는 것을 발견.
엄청 궁금한 맛과 향이다.
스리랑카는 엄청 높은 산이 있어서
고도에 따라 차의 떼루아가 달라진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정확히 어디 산지잎을 블렌딩 했는지
나와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고지대라고만 나와있어서 유추해 볼 뿐.
부담 없는 블루베리향이라서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몇 번 대접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포장지에 티백 하나로 두 잔을 우린다고 나와서
두 번 우려먹기로 한다.
첫 잔에서는 이름답게
달콤한 블루베리향이 엄청 치고 올라온다
다른 향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
잔을 다 비우고 향을 맡으면
홍차 특유의 호박 같은 향이 남는다.
차가 뜨거울 때는 부드럽게 넘어간다
바디감이 적다고 할까.
그러나 차가 식으면서 홍차만의
떫은맛이 있다.
엄청 달달한 향과는 잘 안 어울리는
떫은맛이 있어서
마치 봉황단총 밀란향 같은
맛과 향의 괴리감을 선사해 준다.
그래서 뜨거울 때 호로록
불어서 마시는 게 가장 좋다,
두 번째 잔은 5분을 우렸는데도
맛과 향이 옅다
처음에 진하게 두 잔 치를 우리라는
설명이었나 보다고 생각한다.
대신 더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다
홍차의 바디감이 부담스럽다면
한 번쯤 마셔볼 만한 좋은 선택.
단, 뜨거울 때 호로록.
당연하다.
"이치로 보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거나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태에 있다.
마땅하다. 응연(應然)하다."
정의 출처: Oxford Languages
아무렇게나 바구니에 담아두면
세탁 후 개어져 있던 빨랫감이나
집에 돌아오면 식탁에 차려져 있던 엄마 집밥
매일 새벽에 보던 아버지의 출근
속상할 때 전화하면 나와주던 친구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똑같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당연했던 일들이 있었다.
내게는 마치 밥 먹으면 배부르다,
밤이 되면 졸리다 같은 당연함들.
매우 피곤하고 몸도 아픈 며칠 전 밤,
아이가 내 사무실에 자기 숙제를 놓고 왔단다.
그 순간인 밤 11시가 되었든
아이가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전인
다음날 새벽 6시가 되어서든
언젠가는 누군가 다녀와야 했고
그 누군가는 당연히 나였다.
차키를 챙겨서 나서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는 게 아닐까?
그 일을 해내는 당연한 마음들만 있을 뿐.
애정으로 책임감으로
"당연히 네가 해야지"가 아닌
"당연히 내가 해야지"란 마음들이 모여
그 일을 가능하게 해 주어서
나의 일상에 당연함들이 되었다.
"그 일은, 당연히 제가 해야죠."
"당연하지. 아빠가 할게."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누군가가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이유가 뭐든 동기가 뭐든
당연한 마음으로 먼저 해주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아도 되었던 일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더 해주고 네가 더 받고,
그런 계산을 하지 않아서 당연함이 된다.
내가 받은 당연함의 마음들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해 줘야지.
평범한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그 특별한 마음들을 감사해야지.
당연히 시간 되면 오는 버스도
당연히 돈 주면 살 수 있는 물건도
당연히 공부하는 학생도
당연히 출근하는 우리도
마땅히 모두 해야 할 일을 하는 그 바닥에는
누군가를 향한 애정과 책임이 있어서가 아닐까?
"아빠,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당연히, 너지!"
"넌 누가 제일 좋은데?"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