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말보다.

어떤 언어로 말하고 있나.

by 빅토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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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반차품의 홍차

두춘이무홍차 산차이다.


중국 윈난 성 이무산 고차수에서 채엽한 대엽종으로 만든 홍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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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따뜻한 느낌과 구수하고 단 맛 때문에 이렇게 추위가 계속되면 떠오르는 차이다.


윈난 성 대엽종으로 만든 홍차를 운남(윈난) 전홍이라고 부르는데

홍차 특유의 떫은맛이 거의 없고 본래의 단맛이 강해 내가 애정하는 홍차다.


KakaoTalk_20260129_124652488_03.jpg 잎이 매우 커서 3g을 담아도 많지 않아 보인다.

5분을 우려도 떫지 않고 구수한 향이 난다.


정다형님의 [차의 계절]이라는 책에 보면 운남 전홍을 "대한" 절기 무렵에 마시면 좋은 차로 소개하고 있다. 2026년의 대한은 1월 20일이었으니 작가님과 내 마음이 맞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정다형님은 테이스팅 노트에서 윈난 전홍에 대해 "흑당을 얹은 구운 피칸, 건자두와 대추야자 그리고 군고구마의 달고 포근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 제품 또한 찐 단호박, 군고구마 등 전형적인 윈난 전홍의 향과 맛이 잘 살아 있다.


KakaoTalk_20260129_124652488_05.jpg 좋은 홍차의 상징과도 같은 골든링이 뚜렷이 보인다

차를 우리는 향을 맡은 아내가 한 잔 따라달라고 했다.

차에 관심이 많이 없는 아내는 평소 홍차는 떫다고 잘 안 마시는데 이것도 홍차인 줄은 모르는 듯.

아무 말 없이 첫 잔을 공손히 올려드리고 두 번째로 우려도 골든링이 살아있다.


흔히 세계 3대 홍차를 꼽으라면

인도의 다르질링

스리랑카의 우바

중국의 기문을 꼽는다.

하지만 내 최애 홍차는 중국 윈난 전홍이다.


강한 개성은 없지만 언제 마셔도 포근하고 구수하다.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따뜻함이 내 추위를 녹여준다.




이 세상의 모든 말보다.


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보면 영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을 할 수 있는 전문 통역사 주호진과 그의 멘토이자 가족 같은 김영환 작가가 이런 대화를 한다.


"세상에 다른 언어가 몇갠줄 아나?"

"7,100개가 넘는 걸로 아는데요."

"땡, 아니야.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있지. 사람들은 각자 다 자기 말을 해. 그러니까 서로 못 알아먹고 거꾸로 듣고 막말을 하지."


몇 화가 지나고 다시 이 문제로 대화를 한다.


"전에 사람들은 다 각자의 언어로 말한다고 하셨죠? 저 그 사람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

"모르면 공부를 해야지. 단어도 순서도 느낌표인지 물음표인지 자네가 쓰는 말과 다를 텐데. 잘 들여다 보고 잘 해석해 봐."


비단 통역사에게만 통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갈등은 대부분 서로 못 알아 들어서 생기는 문제 같다.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긋나서 오는 갈등은 더 크게 아플 때가 많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나 자신과 동일시할 만큼 가까운 이들이 사실 나와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본 요소로 "보살핌, ""책임, ""존중, ""지식"을 꼽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지식"은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깊이 알고자 하는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세계철학전집 에리히프롬 편](이근오 엮음, 모티브 2025)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부 (아, 부부도 남녀 간의 사랑이구나) 부모자식, 형제애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누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을 바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사랑함으로 기뻐서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동안 나는 딸아이와의 언어가 많이 달라서 육아가 힘들 때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나의 기쁨이고 보람이며 행복이다. 서운함도, 실망도, 화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가슴에 남아 오래도록 기억되는 상처는 없었다. 부모님께는 아직 상처가 된 말들이 때때로 기억나는 것을 보면, 자식이 부모를 사랑함 보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함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운동에 빠져서 매일 연습하고, 관련 유튜브를 챙겨보며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통 실력도 더 빨리 늘고 잘한다. 운동을 사랑해서 더 잘 알고 싶은 거다. 그리고 잘 아는 건, 잘하게 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기술이라고 했다. 상대에 대해서 잘 알고 사랑을 주는 법을 많이 연습하고 자신이 발전하면서 하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이 세상의 다른 모든 말보다 너의 말을 알아듣고 싶다. 너의 언어로 네게 사랑을 표현해주고 싶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한국말을 배워온 그 배우의 마음도 어쩌면 그런 마음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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