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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비 Aug 07. 2021

같은 임고생을 만났다

독인가 약인가


재수생 신분으로 맞이하는 2번째 교사임용은 어떨까. 다행히 생각보다 긴장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교생활과 병행해야 했던 학부 때에 비하면, 안정된 상태로 임할 수 있었다. 당시 1차는 객관식 유형에 2배수 선정, 2차 논술형에 1.5배수 선정, 3차는 수업시연과 면접이었다. 성향상 2차와 3차가 자신 있었기에 1차 객관식이 관건이었다. 전공 8과목과 교육학 8과목. 최대한 꼼꼼히 문제를 읽으며 시험에 임했다.


한 달 뒤 결과가 나오던 날, 1차에서 떨어졌다. 커트라인과 한 문제 차이였다. 아쉬웠다. 하지만 계속 아쉬움에 빠져있을 순 없는 법. 결과를 기다리며 준비 중이던 2차 시험을 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 인지 마음을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지난 1년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똑같은 일상이 시작됐다. 새벽 기상-운동-도시락 준비-도서관-집. 누군가에게는 뻑뻑한 생활이지만 교단에 서기 위한 준비기간이라 생각하니 이마저도 감사했다. 집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고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복적인 도서관 라이프에 새로운 활력이 찾아왔다.


'어..? 저 화면은 뭐지? 설마..?!'


인강을 듣기 위해 들어간 컴퓨터실에서 익숙한 모니터가 보였다. 느낌이 왔다. 분명 같은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바로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설렜다. 동료가 생긴 기분이랄까. 그리곤 정말 우연히 마주친 화장실에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영양교사 준비 중이신가요?"

"네? 맞는데 어떻게..."

"아 우연히 컴퓨터실에서 갖고 계신 교재를 봤어요. 저도 임용 준비 중이거든요."

"정말요? 반가워요."



그로부터 얼마 뒤, 또 한 명의 같은 과목 수험생을 만났다. 싱글벙글 신이 나 두 사람을 서로 소개해줬다. 셋이 도서관 식당에서 밥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1년 넘게 대체로 혼자서만 공부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수험생을 만나니 신기했다.



"엄마!!! 오늘 도서관에서 또 영양교사 준비하는 사람 만났다?"

"그래? 반가웠겠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신나?"

"아니 너무 신기하잖아! 외곽 언저리 산에 위치한 도서관인데 같은 전공 임고생이라니!!"

"그니까.. 그러면 오히려 더 부담되는 상황 아냐? TO 자체가 그렇게 적은데 그 좁은 도서관에서만 벌써 너 포함 세 명이 나온 거잖아. 결국 다 경쟁자잖니."

"음...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같이 잘 되면 되지!"

"그게 쉽니~"



엄마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도 전체에서 뽑는 인원이 두 명, 세 명에 불과한데도 경쟁자란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그저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었고 스스로 그만한 실력을 쌓으면 될 일이었다.




그 후로 한 명(A)은 자주 볼 수 없었지만 가끔 마주칠 때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걱정과 불안함을 곧잘 내비치는 A였기에 잘 될 거라 주문을 걸어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다른 한 명 B와는 곧잘 친해졌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B는 도서관에 나왔고 이내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어김없이 1차 시험날은 찾아왔다.

그리고 그 해 우리의 운명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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