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다시 한번 개인정보를 넣고 조회 버튼을 눌렀다. 혹시나 번호를 잘못 입력한 건 아닐까 떨리는 마음에 꼼꼼히 확인했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그랬다. 운명이 갈린 쪽은 나였다. 이번에도 커트라인 문턱에 걸린 점수였다. 상황이 이해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3번째 불합격..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우선 마음부터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뵐 낯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어떻게 됐어요?"
"붙었어!! 걱정 많이 했는데!"
"와~! 축하해요!!"
도서관에서 만난 A의 1차 합격소식. 분명 웃으며 축하해주고 있는데 현실감이 없었다. 나의 불합격보다 A의 합격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차라리 합격자가 B였다면.. 왜 우리 셋 중에 유일하게 붙은 사람이 가장 의외인 A인 거지..?
사람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우리는 때때로 본인의 실패보다 타인의 성공에 깊은 좌절을 맛보곤 한다. 그 타인이 자신과 연이 있는 존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분명 수험생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시험을 준비했을 테고, 최선의 기준 또한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당시의 나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무너져 내렸다. 뚜렷한 목표, 스스로에 대해 확고했던 믿음 역시 산산조각이 났다. 자존감은 끝도 없이 바닥을 쳤다. 상대적 박탈감이 주는 수렁은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다.
결국 다른 선택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 (L‘enfer, c’est les autres)." -출구 없는 방(1944) 中-
물론 사르트르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로 이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당시의 감정을 극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라 생각해 차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