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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드림 Mar 26. 2024

검열이 심해도 뭐라도 쓰고 싶어

모닝페이지 속의 나 EP.0

검열이 심해도 뭐라고 쓰고 싶어

브런치스토리 승인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명함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감격이었다.

나는 직업 특성상 명함을 가지고 다닐 일이 없었는데, 백수 기간 동안 이도저도 아닌 나의 정체성을 쓰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단연 글쓰기였다.


'23년 5월 19일'을 타투로 새기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그 뒤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부지런히 쓰지 않았다. 물론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모닝페이지는 세 페이지 꼬박 써서 노트는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세상에 내 글을 보이는 것에 대한 검열이 너무 심했다.


완성된 글, 흠잡을 데 없는 글, 촘촘하게 잘 짜여진 글, 담백한 글... 바라는 게 너무 많다보니 집착으로 번져 나는 내가 쓴 글을 내놓지 못했고 서랍에 고이고이 모셔두고 외면했다. 그렇게 주변을 의식하는 힘을 빼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브런치에 무슨 글을 올릴까? 왜 굳이 일기장이 아닌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에 글을 올릴까? 나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그런 의문은 비단 나 혼자만 한 것이 아니었다. 역시나 책 속에 답이 있었다. 내 머릿 속을 왔다 가기라도 한 듯 브런치스토리 선배님인 진아, 정아, 선량 작가님의 이야기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을 읽으면서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검열이 끝나는 시기란 없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오히려 마음이 예전보다는 조금 가벼워졌다. 모닝페이지를 쓴 것 또한 검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모닝페이지를 쓸 때의 나와 보여지는 글을 쓸 때의 나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검열은 불쑥 불쑥 튀어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져야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영원히 마음 속 검열관을 두려워하여 그늘진 서랍에 쓰다만 글들을 숨겨두기만 할 건지, 아니면 앞으로 꾸준히 다듬어 갈 것인지. 나는 후자가 내가 마주해야할 진정한 '글쓰기'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뼛 속 깊이 체득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검열의 때를 벗기는 일련의 과정으로 모닝페이지를 계속 써온 것을 칭찬하고 싶다. 8주 동안 내가 쓴 글을 읽지 말라는 줄리아 카메론의 뜻을 기려 읽지 않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어느 덧 글밥 먹고 통통해진 A5 노트 5개가 쌓여간다. 여태까지 펼쳐보지 못한 노트도 많았지만, 결국 오늘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나를 이끈 곳은 다시 브런치스토리다. 내가 쓰고 싶은 무언가가 계속 마음을 두드렸고 드디어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로 시작하는 브런치스토리 어플의 간헐적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 한다. 불쑥 불쑥 검열이 튀어나오더라도 뭐든 계속 써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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