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를 읽고 깨달은 것
새벽녘, 잠결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이웃집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와 우리 집 벽 너머로 울리는 빗소리가 섞여 듣기 좋은 리듬을 만들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 거실에 누워 눈을 감고 가만히 빗소리를 들었다.
평소라면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 할 일을 점검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생각은 이미 미래로 뻗어나간다. 이따금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지레짐작과 부정적인 걱정이 덜컥 침입한다.
때로 늦게 일어난 아침이면 과거에 대한 자책과 후회를 하기 바쁘다. 새로운 하루가 밝았지만 나는 여전히 어제에 대한 미련을 놓아 보내지 못한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형체 없는 불안과 걱정이 내 마음을 점령하고 나의 '오늘, 지금, 여기'는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빗소리를 듣고 있는 순간, 앞날에 대한 고민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는 씻겨 내려가고 없다. 오로지 비의 합주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분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고, 평화롭고, 상서로운 무언가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가득 채워진다. 누워있는 매트에 땀과 고무재질로 섞인 향이 올라왔고, 손이 닿아 있는 바닥은 습기를 머금어 평소보다 차갑고 촉촉했다. 발가락 끝까지 혈류가 전해지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지며 오감이 다시 살아 숨 쉰다.
비로소 에크하르트 톨레가 말한 현존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그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