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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얀펭귄 Apr 10. 2023

[결혼준비 회고록]
1. 웨딩플래너, '스드메'의 서막

미드 속 웨딩플래너, 서울에는 없다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남편과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웨딩플래너 업체를 알아본 거였습니다.

저희가 식 준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일단 플래너부터 구하기로 한 거였죠.


해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플래너가 결혼 준비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서 척척척 해주는 것 같았기에 플래너만 구하면 일사천리로 준비가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 웨딩플래너의 일반적인 역할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 중개와 예약관리입니다. 부가적으로 식장, 본식스냅과 영상, 예물 업체 등을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스드메 업무가 메인입니다.


드라마에서처럼 하객 명단, 식순, 청첩장, 식장의 꽃장식까지 다~~ 챙겨주는 그런 플래너는 제가 결혼 준비하는 동안은 보지 못했습니다.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인 케이스는 아닌 거죠.


결국 플래너가 있더라도 신랑 신부가 알아서 챙겨야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스드메, 부케, 본식DVD 이 정도만 플래너 업체를 통해 결정했고 나머진 다 따로 준비했었어요.


자기 취향 확고하고 똑 부러진 분들은 아예 플래너 없이 워크인으로 스드메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아직 플래너 업체를 계약하지는 않았는데 평소 찜해 둔 드레스샵이나 스튜디오가 있다? 그럼 해당 샵에 워크인 프로모션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웨딩박람회 도장깨기, 그리고 견적


주말에는 대부분 플래너 업체에서 웨딩박람회가 열립니다. 그래서 하루에 여러 군데를 다니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저희도 맨 처음엔 한 군데만 갔다가, 그 다음 주말엔 하루에 3곳을 갔습니다.


다들 이렇게 빡세게 다니는 이유가 당일 계약 프로모션 때문입니다. 상담 당일에 계약하면 견적가에 할인을 적용해준다는 거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음날 계약한다고 해도 가격이 더 오르거나 이런 일은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설령 오른다고 해도 다른 업체 알아보면 되는 거고요. 플래너 업체는 많으니까요~


웨딩박람회는 컨벤션이나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는 대규모도 있고, 업체 사옥에서 중소 규모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경험상 진행방식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스드메, 예물, 예복, 한복 등 연계 업체의 샘플을 구경하고 간단한 상담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플래너와 상담하면서 관심 가는 업체들의 견적을 받아보는 거죠. 꼭 주말 웨딩박람회가 아니더라도 평일에도 스드메 견적 상담은 가능합니다. 어플 등으로 비대면 견적 상담도 많이들 하시는 것 같아요.


하여튼 저희는 총 4곳의 박람회를 갔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감으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팽팽한 줄다리기 경기를 4차례 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먼저 결혼한 친구가 처음 갔던 웨딩박람회에서 홀리듯이 플래너 계약까지 해버렸다고 말을 해줬기 때문에, 저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했었더랬죠. 여러 곳 상담을 받아보고 업체를 결정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처음 갔던 박람회에서부터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플래너의 친화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박람회 가기 전에 사전 통화를 했는데, 그때 지나가는 말로 했던 이야기까지 기억해 꺼내면서 아주 친절하게 다가옵니다. 왜 친구가 바로 계약했다고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예식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연애했는지, 어떤 드레스 스타일을 원하는지, 부스에서 구경한 업체들 중 어디가 맘에 들었는지 등등등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무르익습니다. 그래서 돌덩이 같았던 방어벽이 좀 물렁해질 때쯤 본격적으로 스드메 견적을 내기 시작하는데, 이게 처음엔 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견적을 내는 방식이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먼저 맘에 들었던 스드메샵 중 각각 하나씩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A 스튜디오(기준) + B 웨딩드레스(기준) + C 메이크업(기준) => 총 100만 원


위 3개 샵을 통틀어서 100만 원의 견적을 받았다고 쳐봅시다.

근데 사람이 어떻게 스드메 업체가 딱 1군데씩만 마음에 들겠습니까. 맘에 드는 후보 샵들이 더 있을 겁니다. 그럼 견적이 아래처럼 바뀝니다.


A 스튜디오 + D 웨딩드레스(+20만원) + C 메이크업 => 총 120만 원

A 스튜디오 + E 웨딩드레스(+30만원) + F 메이크업(+10만원) => 총 140만 원


이런 식으로 내가 스/드/메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견적이 왔다갔다 하는 겁니다.

맘에 드는 샵이 많으면 많을수록 저 견적 수도 그만큼 많아지는 거죠



당시에 받았던 견적 중 하나. 다른 업체도 저런 식으로 견적을 내줬습니다. 다시 봐도 복잡하네요.

스드메 시세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견적을 처음 보면 이게 적정한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견적이 스드메 세트로 나오기 때문에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각각의 가격은 알기가 어렵고요. 전 나중에 계약했던 플래너 업체에 개별 가격을 물어봤었는데, 공개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결혼준비 커뮤니티(주로 네이버카페)를 보면, 워크인으로 진행하시는 분들이 스드메 개별 가격을 공유한 글이 많습니다. 박람회 가기 전에 그걸 미리 보시고 견적 받을 때 참고하시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딱 한 번 만난 웨딩플래너 (동행vs.비동행)


하루에 3곳의 웨딩박람회를 다녔던 날, 마지막 업체의 상담을 마치고 나와서 저희는 눈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 카페인부터 섭취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견적 상담과 줄다리기를 3번 연달아서 하니까 기가 빨리더라고요.


근데 어느 업체와 계약할지는 생각보다 쉽게 결정 내렸습니다. 맨 마지막 업체였죠.


담당 플래너의 응대가 제일 훌륭했다거나, 또는 제가 하고 싶은 스드메샵이 그 업체만의 거래처였거나 그랬던 건 아닙니다. 역시나 결정적인 요인은 견적이었습니다. 비슷한 스드메 조건에서 마지막 업체가 제일 견적이 낮았거든요.


그리고 해당 업체가 고객 수도 많았고, 먼저 그 업체를 써봤던 친구에게 물었을 때 평도 괜찮아서 박람회 상담을 마치고 계약금 20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결제하고 카드 영수증을 받았을 때 첫 숙제를 끝낸 기분이 들더라고요.


동일한 스드메샵이라도 플래너 업체마다 견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는다면, 가급적 똑같은 스드메 구성으로 받아야 업체별로 비교하기 좋습니다.

(참고로 플래너 견적이 곧 스드메에 들어갈 지출비용의 총합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써보겠습니다.)


견적에는 업체 프로모션, 부가 서비스 등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결정적인 건 동행 여부인 것 같습니다.



웨딩플래너는 크게 동행과 비동행으로 나뉩니다.


동행은 드레스 셀렉, 스튜디오 촬영, 본식 등 주요 일정을 플래너가 현장에서 함께합니다. 반대로 비동행은 현장 일정을 함께 하지 않고 예약이나 일정을 관리해주는 정도만 합니다. 제가 계약했던 곳은 비동행 업체였는데, 웨딩박람회 이후로 플래너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은 다 카톡으로 진행했습니다. 


동행과 비동행, 둘 다 장단점은 뚜렷합니다.

먼저 동행 플래너 업체를 이용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일단 현장에 플래너가 함께 있으니 스드메 업체에 요구 사항을 이야기하기 편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예약을 잡을 때 신랑, 신부, 그리고 플래너 이 세 사람의 일정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플래너와 일정 맞추는 게 어려워서 한번은 다른 플래너가 대타로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비동행은 신랑 신부가 현장에서 다 알아서 각개격파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요구사항이 있으면 직접 이야기해서 조율해야 합니다. 그 대신 견적이 더 저렴한 것이겠죠.

저는 비동행 업체를 이용했을 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자기 취향 확고하고, 심하게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플래너가 없어도 현장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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