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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얀펭귄 Apr 10. 2023

[결혼준비 회고록]
2.식장, 티켓팅과 눈치게임의 사이

2명이 아니라 6명의 합의가 필요한 일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만나는 일이라고들 하죠. 저는 식장을 알아보면서 그 말을 조금 이해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물론이고 양가 부모님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을 구해야 했으니까요. 위치, 가격, 식사, 분위기 등등 여러 조건을 따져가면서 말입니다.


저희 부부는 그중 위치가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저와 남편 모두 본가는 지방인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식을 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와 남편 손님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도 했고, 지방에 계신 친지분들도 서울이면 그나마 대중교통으로 오기 쉬우실 테니까요. 따로 대절버스도 할 예정이었고요.


식장을 알아볼 때 양가 부모님께서는 '너희 원하는 곳으로 편하게 정하거라~'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습니다. 근데 나중에는 부모님들께서도 원하는 것을 하나둘 조심스레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연합니다. 저희 손님만 있는 게 아니라 부모님의 손님들도 계시니까요. 그래서 저희 부부를 포함한 6명의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식장도 신중하게 알아봤습니다. 전체 결혼 준비 과정 중에서 제일 고민이 많았던 부분인 것 같아요.   


아직 식장을 잡지 않은 예비부부가 계시다면, 사전에 양가 부모님의 의중을 충~분히 여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식장 후보 추리기


저희는 워크인으로 식장을 알아봤습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마침 계약한 플래너 업체에 예식장 중개팀이 있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죠. 근데 이걸 몇 번 이용해보니 저같이 성격 급한 사람은 좀 불편하더라고요.


대략 절차가 이랬습니다.


① 예식 날짜, 희망 지역, 예상 인원 등을 플래너 업체에 전달

② 플래너 업체가 해당 조건에 맞춰 1차로 식장 목록과 가견적을 정리해줌

③ 위 목록에서 관심 가는 식장을 골라 플래너 업체에 회신

④ 플래너 업체에서 해당 식장에 상담 예약을 잡음

⑤ 식장 상담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식장을 알아봤던 당시에는 위 순서에서 2번까지 도달하는데 대략 2~3일이 걸렸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식장은 직접 알아보기로 했죠. 식장 예약실에 직접 전화하는 게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었거든요. 


식장 후보는 결혼준비 커뮤니티, 네이버 지도, 먼저 결혼한 지인들의 추천 등을 참고해서 추렸습니다. 식장 후보를 추릴 때 고려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치 : 서울에서 지방 손님 접근성이 좋은 곳 (강남, 송파, 서울역 근처, 공항철도 근처)

- 최소보증인원 : 200~250명

- 홀 분위기 : 어두운 홀

- 식 형식 : 분리예식 vs. 동시예식

- 대관시간 : 90분 이상

- 넉넉한 주차 · 역세권


여기서 저와 남편의 의견이 갈렸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식 형식이었습니다. 남편은 분리예식(뷔페)을, 저는 동시예식(코스)을 밀었거든요.


저는 차분하고 여유롭게 식을 치르고 싶어서 동시예식을 원했습니다. 남편은 코스 요리가 손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뷔페가 최적이라는 입장이었고요.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리예식 식장도 고려하되, 연회장이 복잡하지 않을 것 같은 곳으로 후보를 추려보았습니다.


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식장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에, 한두 가지 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나머지 부분이 괜찮으면 상담 후보로 넣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10곳의 식장을 후보로 두었죠.



상담은 속도전, 계약은 눈치전 


이전 단계에서는 손품을 팔았다면, 이제는 발품을 팔 차례입니다. 식장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거죠.

근데 상담을 받고 싶다고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상담 예약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더라고요. 예약이 꽉 차서 주말에 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2~3주, 심한 곳은 4주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식장을 알아보던 시기가 2021년 말이었는데, 이때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미뤘던 결혼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확 늘었습니다. 그래서 예약이 치열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더 치열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관심 있는 식장이 있으면,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상담 예약부터 먼저 잡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평일 상담이라면 비교적 예약이 수월할 겁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주말에 가서 상담받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실제로 진행되는 예식도 보고, 해당 식장이 손님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 예로 저희 후보지 중 한두 곳은 사진상으로는 넓고 쾌적해 보였습니다. 근데 주말에 둘러보러 가니 듣던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습니다. 홀 크기에 비해 로비가 너무 작아서 예식 전후에 하객들이 바글바글거렸던 거죠. 여기에 축의대, 화환까지 섞이면 정말 답이 없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가급적 주말에 상담받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게 어렵다면 상담은 평일에 받으시더라도, 주말에 잠깐이라도 식장에 가서 예식 상황을 살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저희는 식장 후보 10곳 중에서, 한 달 이내 주말에 상담이 가능한 곳은 5곳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식장들 먼저 상담을 받기로 했죠.


상담 과정은 대동소이합니다. 먼저 상담실에서 예식 날짜, 예상 하객 수 등을 전달합니다. 그다음 직원과 함께 로비, 홀, 대기실, 탈의실, 연회장 등 식장 곳곳을 다니면서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예식도 잠깐 볼 수 있고요. 그다음 다시 상담실로 돌아오면 예약 가능한 날짜와 견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대관료, 식대, 최소보증인원, 옵션상품(스냅·영상·사회 등) 등이 들어간 세세한 견적표가 나오죠.

※ 최소보증인원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예식일 전에 증원할 수 있거든요. 근데 줄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식장 투어와 견적 상담을 마친 후 그곳이 마음에 들면 이런 고민이 듭니다.


'여기 계약을 할까, 말까?'


물론 다른 곳도 더 살펴보고 충분히 고민한 후에 결정해도 됩니다. 근데 저희가 원하는 예식일은 9월 말~11월 초 토요일 점심. 성수기 중 성수기였습니다. 어느 식장이든 자리가 빨리 차는 자리죠. 고민하고 있는 사이 다른 커플이 계약할 수도 있는 겁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눈칫밥 먹고 사는데, 식장을 계약할 때조차 눈치싸움을 해야 하다니 참으로 피곤한 현실입니다. 그 피곤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계약을 하는 겁니다.


식장 계약 시 약관을 보면 취소 가능 기간이 나와 있을 겁니다. '예식일로부터 180일 전에 취소하면 계약금을 전부 반환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기간이나 반환 비율은 식장마다 다르긴 합니다. 일부 식장은 기간에 상관없이 계약금 환불이 불가능한 곳도 있고요. 이런 내용은 약관에 쓰여있기도 하고, 직원이 상담할 때 설명을 해줄 겁니다.


그러니까 맘에 드는 식장 약관에 취소가능기간이 있다면? 일단 계약하고 나서, 나중에 아니다 싶으면 취소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계약금을 10~20% 정도 걸어놔야 하는데, 이걸 환불받는 절차가 아주 쪼끔 귀찮을 수는 있습니다. 계약철회서 써서 보내고, 며칠 동안 환불금 기다리고 등등 말이죠.



두 달 만에 마친 식장 투어


저희가 계약을 걸어놨던 식장은 총 3곳이었습니다.

그중 제일 늦게 계약한 식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양가 부모님께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드리고 그곳으로 확정 지었습니다. 최종 선택한 식장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풀어볼게요.


다른 2곳은 계약을 철회했습니다. 둘 다 맘에 들어서 계약을 걸어놨던 건데, 맘에 걸리는 점들이 하나씩 있었죠.


한 곳은 접근성이 문제였습니다. 식장이 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였습니다. 예식날은 구두 신은 손님들이 많은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식장까지 오는 게 불편하겠더라고요. 식장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긴 했지만 운행 간격이 좀 길었습니다. 그리고 이 식장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편이었어요.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오시는 분들은 쉽게 오실 수 있는데, 대절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한텐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후기를 찾아보니 대절버스가 9시간 만에 도착해서 혼주가 늦을 뻔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웃.


또 다른 한 곳은 밝은 채플식 식장이었습니다. 분위기도 괜찮고 연회장 밥도 맛있어 보였죠. 근데 아무래도 전 밝은 식장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뚜렷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왠지 저랑 어울릴 것 같지 않더라고요. 참고로 남편은 이 식장이 원픽이었는데, 저를 배려해서 과감히 포기해주었습니다.



식장을 알아보고, 돌아다니며 상담받고, 계약 후에 한 곳을 확정 짓는 것까지 대략 2개월이 걸렸습니다. 긴 시간 같지만 대부분 주말에 일을 처리해야 했어서 오히려 빡빡했어요. 그래서 결혼을 슬슬 생각 중인 주변 친구들에게 미리미리 식장을 알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장 상담을 받으라는 게 아니고, 주말에 관심있는 식장에 가서 잠깐 예식이라도 보라는 거죠. 나중에 상담 받을 때부터 알아보면? 저희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며 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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