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언덕 높은 곳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유치원이 없는 동네에서 여름성경학교는 크리스마스만큼 기다려지는 행사였다.
열심히 미션을 완료하면 동그란 딱지 모양 달란트를 받았다.
출석, 성경 읽기, 성경 구절 외우기, 성경 퀴즈 맞히기, 친구 데리고 오기 같은 것이 미션이었다.
여름성경학교 마지막날에 이 달란트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천국상점이 열렸다.
나는 종종 가게를 봐야 해서 달란트를 최대로 모으지 못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버린다.
나는 소중하지 않은 아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가게를 봐야 하는 아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아이, 양보해야 하는 아이,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아이...
서울에서 오는 친척들은 소중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얗고 말랑한 아이, 아무 데나 못 앉는 아이, 제일 좋은 걸 주어야 하는 아이, 잘 돌봐줘야 하는 아이...
내가 나만 소중하지 않은 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았을 텐데 평소에 우리 마을에서 나보다 소중하다 생각했던 아이도, 서울에서 친척들이 오는 순간 나와 가까운 위치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덜 소중하고 덜 중요한 아이, 서울에서 온 친척 아이들은 좀 더 소중하고 특별한 아이, 이렇게 생각했던 거다.
여름을 맞아 서울에서 친척들이 놀러 왔다. 다음 날이 여름성경학교의 마지막 날, 달란트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여름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었다. 내 달란트를 친척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달란트가 많지 않았다. 나는 같은 동네에 사는 동생에게 그 애 달란트를 서울에서 온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자고 말했다. 그 아이는 달란트가 아주 많았고, 그 애도 우리 동네에 사는 내 친척이니 우린 모두 가까운 관계라고 생각을 했다. 그 애 역시 나처럼 소중한 서울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기의 몫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느낄 거라 생각을 했다. 멋대로 착각을 했다.
나는 달란트를 나눠 받지 않았다. 내 달란트가 많지 않았으니 난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에 방울이 든 투명한 펄 얌체공이 가지고 싶었지만 별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내 도리를 다 했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게 멋진 거라고 배웠다.
다음 날 달란트를 같이 나눠준 아이의 오빠가 나를 찾아왔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삼촌이었다. 난 반갑게 삼촌에게 인사를 했다.
삼촌은 화가 난 얼굴로 나에게 따졌다. 나에게 진짜 못된 아이라고 했다. 동생이 그 달란트를 얼마나 열심히 모았는데, 그걸로 니 친척들 선물을 사다니, 진짜 나쁜 아이라고 했다. 동생이 집에서 엉엉 울었다고 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그 애도 좋다고 했는데, 둘 다 내 친척이고, 우린 다 친척인데, 원래 서울에서 놀러 온 친척들에겐 다 양보를 해야 하는 건데, 그런 마음으로 나눈 게 아니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거라고 배웠는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몰려들다가, 결국 내가 느낀 마음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이었다.
아, 싫다는 말을 못 한 거구나, 서울에서 온 아이만큼 그 동생도 소중한 아이였구나, 모두 다 나처럼 그런 아이는 아니구나, 집에서 엉엉 울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잘했다고 생각했다니...
삼촌에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입을 열면 내 미안함이 날아가버릴 거 같아서, 못되고 나쁜 아이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봐도 너무 못되고 나쁜 아이가 맞았다. 가만히 듣고 서서, 나보다 한 살 많은 그 삼촌이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얼른 이불 속에 들어가서,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 내서 우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목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