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아이들

by 고야씨

꺼내기 힘든 일을 적기로 한다.


내가 아홉 살인가 열 살 때, 나는 잘 몰랐지만,

나의 어린 부모님은 가난했다.


수제비를 만날 먹었는데 나는 수제비를 좋아했다.

밥을 물에 말아서 익은 김치를 죽죽 찢어 반찬으로 먹었는데 나는 그게 참 맛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는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잤는데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동네 언니옷을 얻어 입었는데 난 그 언니옷이 마음에 들었고, 언니 남동생이 내 친구인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엄마가, ”얻어 입는 거 싫으면 안 입어도 돼. “ 했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왜 싫어? 입을 거야.” 하곤 당장 맘에 드는 옷을 걸쳐보았다.

그래도 소풍날이면 엄마는 매번 새 옷을 사주셨고, 생일도 꼭꼭 친구를 불러 차려주셨다.

난 가난하면서 가난한 줄도 모르고 자랐다.


여덟 살 때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기 강아지가 마당에 있었다. 순하게 생긴 어두운 회색빛 강아지, 이름을 재롱이라고 지었다.


그때 시골에서 강아지는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동물, 남은 음식을 처리해 주는 동물, 뭐 그런 거였다. 외국 영화에선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던데 그게 부러워 몰래 집 안에 데리고 들어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재롱이는 정말 귀여웠는데 시골 잡종답게 쑥쑥 커버렸다. 밥도 많이 먹고.


어느 날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재롱이가 없었다.


재롱이를 찾아다녔다.

옆집 할머니가, 아까 개장수에게 할머니네 개도, 우리 재롱이도 팔았다고, 그래서 없는 거라고 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이 쿵쿵 울리고 파란 슬픔과 빨간 분노가 마구 뒤섞여 서있기가 힘들었다.


엄마! 엄마!

엄마를 꼭 욕처럼 불렀던 것 같다. 악을 쓰면서.

엄마는 당황한 얼굴, 후회하는 얼굴,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재롱이를 판 돈으로 뭘 사준다고 했는데, 그게 뭔진 기억나지 않는다.

빨리 다시 데려오라고, 그런 거 다 필요 없다고, 엉엉 울고 화를 내고 애원도 했다.

개장수 아저씨차가 갔다는 방향으로 한참을 달려갔다.

지쳐서 터벅터벅 돌아오던 길, 나는 텅 빈 아이가 되었다.


밤에 엄마가, “개장수 아저씨가 그러는데 우리 재롱이가 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을 갔대.” 하고 말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지만 믿고 싶었고, 믿지 않으면서도 매일 재롱이를 기다렸다.


내 친구네 개도 그날 같이 팔려갔는데, 나는 그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누가 우리 재롱이랑 너네 강아지랑 갈골에서 돌아다니는 걸 봤대, 하고.

밤에 불을 끄면 늘 우리 재롱이가 모험을 하고 잘 지내는 상상을 했다. 상상인지 진짜인지 모를 만큼.


엄마는 나에게 사과를 하면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리고 왔고, 그 후로 우리 집에선 절대 강아지를 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동안 나는 재롱이에게만큼 다른 강아지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우리 엄마의 세상도 변해서, 언제부턴가 남들이 버린 아픈 강아지를 데려와 끝까지 정성으로 키우신다.

재롱이 얘기는 한 번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재롱이는 친구 강아지랑 신나는 모험을 했을 거야, 엄마.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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