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물드는 요즘, 가을을 줍기 참 좋다.
누구에겐 눈요기, 누구에겐 일거리, 누구에겐 아무것도 아닐 나뭇잎이 나에게는 일 년을 기다린 선물 같다.
어릴 때는 온전한 모양의 나뭇잎, 깨끗하고 선명한 색깔의 나뭇잎을 좋아했다. 예뻐 보였다.
그렇게 예쁜 나뭇잎을 골라 좋아하는 책 사이사이에 끼워둘 때면 평범한 내 이름이 에밀리나 실비아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며칠, 나뭇잎이 아직 안 말랐나, 책을 들춰보다가, 곧 잊어버리고.
다음 봄이든 언제든 책을 읽다 우연히 그 나뭇잎을 발견하면, 갑자기 영혼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소풍날 보물쪽지를 찾던 순간처럼, 아마도.
소풍날 보물쪽지를 찾아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런.
보물찾기 시간에 내가 들춰보는 곳엔, 보물은 없고 개미나 노래기, 공벌레, 거미줄, 진딧물과 부스러기들만.
그들에게 미안해서 살살 다시 돌을 덮어주고, 나뭇잎으로 가려주고 하다 보면, 친구들은 어느새 저만치에서,
찾았다, 찾았다, 하나 더 찾았다, 또 찾았다!
보물은 한 사람이 하나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보물을 여러 개 찾은 아이들이 아무 보물도 못 찾은 나 같은 아이에게 나머지를 나누어 줘야 하는 건데,
남이 찾은 보물을 받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나도 하나 가졌다는 안도감 뒤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과 부채감, 파티가 덜컥 내 순서에서 끝나버린 것 같은 어정쩡함.
어른이 된 나는 종종 내 아이와 아이 친구들에게 보물찾기를 해주곤 했는데, 이런 식이었다.
집 근처 공원에 동그란 구슬을 숨겨두고, 구슬 위치를 내가 그린 지도에 표시한다. 일종의 답안지이자 놀이가 끝났을 때 남은 보물 회수용.
놀이의 규칙이라면,
보물이 있는 범위 정해주기
보물은 하나만 찾기
보물은 충분하니 걸어다니기
보물이 두 개가 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범위 안 원하는 곳에 다시 숨겨두기
누구나 스스로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어릴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릴 때 보물 찾기는 사서도 못한다’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변두리의 마음을 내가 잘 알게 됐다는 것.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사려 깊은 모양을 빚어간다면, 그래, 보물 찾기에 늘 실패한 값으로 제법 괜찮은지도 모르겠다.
변두리의 마음을 잔뜩 아는 나는 어느새 온전한 나뭇잎보다 벌레먹은 나뭇잎을 더 예쁘게 보는 사람이 됐다.
얼룩덜룩하고 구멍이 송송 난 나뭇잎을 줍는다.
그 고유함이 애틋하고 기특해.
닮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