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낼 용기"- 북토크
송지영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는 날이었다. 달력에 표시를 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날만을 손꼽으며 기다렸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아이는 근육통이 있다고 했고 코를 훌쩍였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단순한 감기이기를 금방 지나가기를 바랐다.
새벽에 아이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이마를 만져보니 열기가 전해졌다. 체온을 재보니 빨간 불빛으로 액정이 바뀌며 39.9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이고 손수건을 적셔 이마에 대어주었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했고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이를 미세하게 부딪히며 벌벌 떠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손발을 주무르고 손수건을 바꿔주는 일 밖에는 없었다.
8시 반. 아이를 깨워 옷을 입혀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는 소아과를 찾았다. 금요일에 반아이들이 8명이나 조퇴를 했다더니 결국 아이도 독감을 피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기대할 때 기가 막히게 아이는 열이 나곤 한다. 아이는 엄마가 항상 옆에 있었으면 하나보다.
다행히 아이는 12시까지 바이러스와 힘껏 싸우고 땀을 쏙 뺀 후 열이 내렸다.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남편은 아이들을 잘 보살피니까 그렇게 애써 불안함을 뒤로하고 작가님을 만나러 갔다.
"널 보낼 용기"는 브런치에 가입을 하고 처음으로 정주행을 한 브런치북이다. 항상 두렵고 서툴게 아이를 대했던 때가 있었다. 밤이 되면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며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곤 했는데 이때 이 글을 만났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슬픔이 갑작스레 찾아왔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글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님을 꼭 만나고 싶었고 기다렸던 날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널 보낼 용기"에서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엄마의 모습과 마음을 숨기는 서진이의 모습을 함께 만났다. 작가님의 그 마음이 와닿았다.
항상 첫째와의 관계는 덜컹거렸다. 아이의 마음을 알기가 힘들었고, 먼저 알아채려 할수록 아이는 감정을 말하지 않았다. "네 생각을 말해봐"라고 말할 때마다 아이는 "모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엄마로서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어느새 서진이의 마음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아이를 떠올렸다.
"널 보낼 용기"는 다른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상에 자녀를 잃는 것만큼 큰 슬픔이 있을까. 첫 장에서 한 장을 읽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한 장 한 장 슬픔에 공감하고 회복의 과정을 함께 하고 나면 마지막에는 눈물은 멈춰있고 의지가 생겨난다. 다른 이들에게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혹 일어나더라고 삶의 의지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머뭇거리며 서툰 엄마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또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시 바라본다.
책을 품에 안고 작가님을 만났다. 맨 앞자리에서 송지영작가님의 반짝이는 눈을 마주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밝은 사람에게도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는 사람에게도 밝음이 있어요.
...
사고는 사건이고
불행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사고를 맞닥뜨렸을 때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왜?라는 지옥에 빠지면 안 돼요.
...
가슴에 큰 구멍이 생겼을 때
그 구멍을 작은 기쁨으로 조금씩 채워나가며 살아내는 거죠.
...
책을 읽으며 구멍 난 마음을 채워가면서 깨닫게 된 것은
삶을 살아내야겠다는 의지였어요.
서진이를 기억하면서 작가님은 서진이를 다시 만났고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했고 삶의 방향을 다졌다. 북토크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작가님 모습은 단단히 땅에 뿌리를 내리고 굳건히 서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았다. 제대로 작가님의 이야기를 옮겼을까 걱정이 되지만 내 마음에 담아 온 것을 기록해 본다.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홀로 팔을 벌리고 막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송지영 작가님은 서진이가 급격히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그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 지금까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사회의 보호장치 없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 가정에 모든 것을 맡겨두고 방치해 두는 사회의 현실을 알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우울증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얼마나 무지하고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북토크 마무리에 작가님이 책의 한 부분을 낭독해 주셨다.
"괴테가 말했죠.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고. 흔들리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고, 내 안에 아직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우리, 흔들리더라도 피어나기로 해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아이의 아픔을 만나고 그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한다. "널 보낼 용기"는 예방접종과 같다. 글을 쓰며 아픔을 드러내야만 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서 내놓은 것은 이 이유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아이가 아프지 않기를.. 늘 기도한다.
하지만 아이는 내 생각과 다르게 아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겁먹지 않고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단단함이 필요한 것 같다.
송지영작가님은 글에서 풍기는 그 느낌 그대로였다. 작가님의 북토크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모두 가진 송지영 작가님을 만나다니.. 아직도 그 설렘이... 남아있다.
북토크가 끝나고 브런치 작가님들과의 티타임이 있었다.
집에 가려고 하자
"I 세요?"
하며 작가님이 미소 지었다. 모두 다 잘 모르니 같은 입장이라며 차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아 주신 작가님 덕분에 브런치 작가님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송지영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결을 따라가는 걸까? 작가님들의 느낌이 좋아 함께 하는데 점점 마음이 편안해졌다.
쑥스러워서 사진 한 장 못 찍었지만 사인 받은 책을 소중히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잠만 자던 아이는 감기를 떨쳐내고 편안히 거실에 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설렘 그 안쪽에 계속 자리 잡고 있던 안절부절못했던 마음이 그제야 서서히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