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크라의 시작
엄마와 아빠는 둘째 딸이 태어나고 맑은 동산이라는 뜻의 정원(晶 苑)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출생신고를 할 때 한자를 잘못 적어 둘째 딸의 이름은 정원(靜苑)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동산. 제 이름은 그렇게 잘못적은 한자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맑은 동산이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맑음을 지닌 사람. 그런데 맑을 정이 아닌 고요할 정이라니..
한자 때문에 제 마음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해지고 싶어 악을 썼던 20대의 저는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완전한 배우가 되고 싶다며 아침에 일어나 연습하고, 일하러 가서도 대본을 중얼거리고, 퇴근하면 극단에 가서 훈련을 하고, 끝나고 나면 공터에 가서 또 연습을 했어요.
완전한 것이 세상에 있을 리가 있나요? 어린 마음에 그런 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예술은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되나 봐요.
욕심으로 가득 차고 욕망이 넘쳐나서 딱딱하게 굳은 강목 같았거든요. 결국 그 뜨거운 열기에 불타올랐다가 다 타버려 재가 된 후 연극과 작별을 했습니다.
일과 연극을 그만두고 지도를 들고 도보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나라 서쪽땅에서 남쪽으로 그리고 동쪽으로 이동해 집으로 돌아왔어요. 쉼 없이 바쁘게 살던 것을 내려놓고 무기력하게 앉아있으니 엄마와 함께 했던 요가가 생각이 났어요.
요가매트는 오로지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숨을 쉬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바라보는 거예요.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힘을 빼세요.
요가 선생님이 수업 중에 이야기한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작은 집에 틈새를 찾아 요가매트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수카사나(쉬운 좌법)로 앉아 호흡을 시작했습니다.
숨을 내시고 안에 가득 차 있던 절망감을 밀어냈습니다. 힘이 빠진 몸에 풍선에 바람을 넣듯 숨을 벅차도록 채워 넣으니 부풀어진 풍선처럼 둥실둥실 떠오는 것 같았습니다.
실패자처럼 무릎을 꿇고 허공을 바라보다가 허리를 잡고 가슴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호흡 가득 채워 손으로 발목을 잡고 가슴을 더욱 활짝 열었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더니 가슴에 닫혀 있던 감정이 흘러넘치며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공허해진 마음에도 요가매트를 펼칠 작은 틈새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요가는 지혜롭게 삶을 바라보고 현명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갈팡질팡 흔들리는 마음을 고요히 만들어주었어요.
그제야 저는 고요한 동산의 정원이 좋아졌습니다.
매트에 누워 사바사나(시체자세)를 하고 눈을 감고 호흡하니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평온해진 고요한 동산이 속삭였어요.
특별하지 않으면 어때? 작은 틈새의 공간은 오로지 나의 세상이고, 그 위에서 숨을 쉬고 움직이는 나는 주인공이야.
저는 요가가 좋았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요가세상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숨을 들이쉬다 보면, 생각지 못한 지점에 생각과 마음이 머물러 있는 경험을 하곤 했습니다.
요가는 겉으로 보면 단순히 스트레칭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단순한 운동으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단순히 움직이다 보면, 멈춰 있거나 흩어진 에너지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니까요. 온몸을 여행하던 에너지가 마침내 머무는 곳을 찾아 고요히 내려앉는 순간이 있습니다. 몸의 움직임은 나의 한계를 조금씩 녹여내고, 에너지의 움직임은 나를 안으로 이끕니다.
우리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에너지의 실타래로 엮여 있습니다. 그 실타래들이 서로 만나고 스치며, 나라는 생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에너지의 길이 만나는 자리를 차크라라고 합니다. 에너지가 만나는 대표적인 일곱 개의 교차점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땅의 기운이 시작되는 뿌리에서부터 머리 위 빛으로 닿기까지, 에너지는 그 일곱 곳을 따라 오르내리며 우리 삶의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앞으로 이 일곱 개의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물라다라 차크라(뿌리) - ‘나는 여기 존재한다’는 안정의 자리입니다.
두 번째는 스와디스타나 차크라(성골) - 감정과 창조의 흐름이 피어나는 곳입니다
세 번째는 마니푸라 차크라(태양신경총) - 나의 의지와 힘이 깨어나는 중심입니다.
네 번째는 아나하타 차크라(심장) - 사랑의 에너지입니다.
다섯 번째는 비슈다차크라(목) — 진실을 말하고 표현하는 통로입니다.
여섯 번째는 아즈나 차크라(제3의 눈) — 내면의 통찰과 지혜의 눈입니다.
일곱 번째는 사하스라라 차크라(정수리) —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빛의 자리입니다.
요가는 하나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일곱 개의 차크라는 몸과 마음의 지도가 되어줄 거예요.
다음 화에서는, 뿌리가 되는 첫 번째 차크라 물라다라 차크라로 이야기를 새롭게 열어보겠습니다.
요가를 하는 나의 몸은 산도 되고, 전사도 되고, 물고기도 되고, 나비도 되고, 고양이도 되고...
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첫 번째 차크라 - 물라다라 차크라(뿌리)